노동과세계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그들

  • 기사입력 2022.06.29 13:54
  • 기자명 김기홍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부당해고사건 심문회의로 중앙노동위원회를 가는 길에 고용노동부 앞에 차려진 천막과 방송 차량을 보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한국노총이 농성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2023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내일(29일)이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다. 매년 그랬듯이 노사 간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결국 또 중간 어느 금액에서 결정이 나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첫 최저임금 결정이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심의가 시작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 쇼크가 온다는 기사들이 도배된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듯 임금이 오르면 바로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합적이다. 최저임금을 단어 그대로 해석하여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으로 치부하고 사업주의 지급 능력을 먼저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납품단가 연동제, 가맹비와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 지원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할 것이고, 최저임금은 취지에 맞게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최저임금법 제1조) 책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의 시행 의무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작년 한 해 최저임금 위반 건수는 총 2천 233건이다. 2017년 이후 매년 꾸준히 늘다가 작년에 조금 줄어들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감소의 영향으로 보인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5인 미만이 1천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최저임금 관련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최저임금 인하 또는 동결을 주장하는 쪽의 근거이다.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서술한 조치들은 취하지 않고 모두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며 저임금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간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만을 목놓아 기다리는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르바이트는 주로 청년들이 하고 있으며, 이들의 생애 첫 직장 첫 임금 역시 최저임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대학생 때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 본 적이 없고, 첫 직장 역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받았었다. 거기다 더해 2021년 청년유니온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청년 아르바이트생 4명 중 1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의 유일한 안전장치인 최저임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저임금노동자(월임금 중위값의 2/3미만을 받는 노동자)중 남성 노동자의 비율은 10.2%인데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두 배가 넘는 24.3%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 비율 역시 여성이 21.7%로 남성 10.7%에 비해 두 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즉, 여성이 남성보다 저임금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력단절여성들과 단순노무,서비스직의 비정규 여성노동자들, 특히 성과 연령에서 이중차별을 받는 중장년 여성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연령과 성별은 청년과 여성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법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이제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논의는 그만하자.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고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책정되어야 한다. 그렇게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여 구조적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고,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를 지급하는 데 있어 일자리안정자금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더 단단하게 구축해줘야 한다. 이것이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와 사업주 1천875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33.1%가 내년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으로 월 220만∼240만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530원~1만1천480원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얘기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고 있는 요즘, 내년 임금이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최저임금 인상소식이 청년,여성노동자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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