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노동권 차별지대” 5인 미만 사업장, 평등한 노동권 보장하려면

민주노총 제주본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문제 토론회
제주지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 실태 조명
"모든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한 목소리
'일하는 제주도민 조례 제정' 등 정책 제안도

  • 기사입력 2022.07.01 21:11
  • 기자명 박한솔 기자 (제주본부)
6월 30일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주최한 ‘5인 미만 작은사업장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의 모습
6월 30일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주최한 ‘5인 미만 작은사업장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의 모습

전국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비율이 가장 높은 제주(81.9%)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 실태를 조명하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6월 30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주최한 ‘5인 미만 작은사업장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이하 토론회)가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2022 제주차별철폐대행진 주간을 맞아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제주지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실태와 민주노총의 과제,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제도 및 위장사업장의 확산에 대한 대안 등이 발표됐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 제주지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 실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 제주지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 실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첫 번째 발제에서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제주지역 노동자의 실태를 ▲5인 미만 ▲비정규직 ▲저임금 ▲고용불안 ▲장시간 노동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분석하고 노동조건의 최저선인 근로기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곽이경 실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근속기간은 짧다는 것은 고용이 불안정함을 의미한다”며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부당해고 구제신청부터라도 속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8조를 개정하여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을 폐지하고, 근로시간 및 수당 적용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이경 실장은 또한 ‘차별없는 노동권’이 미조직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구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플랫폼노동자의 안전배달료처럼 일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동시에 구체성을 띤 의제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이경 실장은 “민주노총이 노동법 바깥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미조직노동자와 함께 하는 조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서 계급대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어진 발제에서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공인노무사)은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에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을 흔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묘사하는 것이 “노동권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역이 불가피하게 존재함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준 ‘차별지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제23조 제1항, 제28조), 휴업수당(제46조),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제56조), 연차휴가(제60조) 등 법의 핵심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하은성 정책실장은 “손쉽게 해고될 수 있고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는 근로조건에 처한 노동자는 사업주의 계약 위반이나 불합리한 조치에 저항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며 “법적구제를 시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직장 내 동료 노동자들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단결의 가능성도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거꾸로 말해 사용자에게 있어 ‘혜택’이다. 사업장 규모와 계약의 형식을 왜곡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회피하고, 근로기준법의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근로관계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원 중 일부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고 사업소득세 3.3%를 원천 징수함으로써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이른바 ‘가짜 3.3’ 수법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하은성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하은성 정책실장은 이러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과 가짜 3.3의 확산에 맞서 노동자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연대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그는 “‘사업장 차등적용 반대’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전선을 확대함으로써 최저 근로기준의 상향과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창희 공공연대노동조합 제주본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홍창희 공공연대노동조합 제주본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뒤이어 홍창희 공공연대노동조합 제주본부 사무국장,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정책기획국장의 토론이 진행됐다.

홍창희 사무국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차별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강력한 개정 투쟁으로 바꾸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조직사업을 제안했다.

홍창희 사무국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조직사업을 전담하는 대책기구를 설치하는 등 5인 미만 사업장 조직에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5인 미만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노동조합을 알리고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정책기획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정책기획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보호를 위해 ▲4대 보험료 노동자 부담금 전액지원 ▲5인 미만 노동자 교통비 지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건강검진율 향상을 위한 검진보상비 지원 ▲취약노동자 건강증진 지원조례 제정 및 건강증진서비스 제공 ▲일하는 제주도민 조례 제정 등의 정책들을 제안했다.

이 중 일하는 제주도민 조례는 성남시의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를 참고한 것으로, 해당 조례는 노동권을 시민기본권 개념으로 접근하여 노동관계법에 따른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일하는 시민이 그 적용 대상이 되어 특수고용직, 1인 자영업자, 실업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성남시는 해당 조례 시행을 위해 매해 10억 원가량을 적립하고 있다.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제주는 버스 준공영제 보조에만 연간 1천억 원이 넘는 재정이 편성되고 있다. 예산을 적재적소에 편성한다면 제주에서도 충분히 해당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면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의지만 있다면 조례 제정 및 지원사업을 당장 올해부터라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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