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영리병원 강행은 민주주의 부정…건강보험제도까지 파탄”

제주 녹지국제병원 문제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 기사입력 2022.07.04 21:31
  • 기자명 박한솔 기자 (제주본부)
7월 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녹지국제병원 문제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의료영리화 신호탄이 될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병원 개설 허가 취소 통보를 받은 가운데 영리병원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제주에서 열렸다.

의료영리화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4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진행됐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의사)

우석균 공동대표 “영리병원, 공공의료 위기 촉발할 것”

발제를 맡은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의사)는 제주 영리병원의 추진 과정과 세계 각국의 의료영리화 사례를 톺아본 뒤, 영리병원이 공공의료의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대표는 영리병원이 의료의 질적 향상과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재계과 보수언론의 주장을 소개한 뒤 “국공립병원 등 비영리병원에 비해 영리병원은 오히려 고용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영리병원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료진의 인건비를 줄이는 선택지를 고르기 마련이고, 이는 숙련의료진을 덜 고용하는 것으로 이어져 환자의 재입원율은 물론 사망률까지 덩달아 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우석균 대표는 “영리병원의 산업효과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높아진다는 뜻”이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성한 영리병원 보고서마저 영리병원이 도입이 국민 의료비의 상승을 유발하는 탓에 사실상 산업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대표는 영리병원이야말로 의료공공성을 허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공공성을 지키는 세 가지 기둥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영리병원 금지가 있는데, 이 중 가장 약한 고리가 바로 ‘영리병원 금지’라는 것이다.

우석균 대표는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의료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아울러 건강보험제도의 파탄과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영리병원을 가능케 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의 개정과 더불어 공공의료 비중을 현행 10%에서 최소 30%까지 끌어올리는 등 공공의료의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

이찬진 실행위원 “보편적 건강권 침해 막도록 신속한 법 개정을”

이어진 발제에서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영리병원을 둘러싼 법 제도의 쟁점과 도의회의 과제를 발표했다.

이찬진 실행위원은 지난 2002년과 2004년 각각 제정된 경제특구법과 구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해 제주도내의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설명한 뒤, “(영리병원 도입은) 결과적으로 내국의료기관과 관련하여 공급자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예민한 사안일 뿐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 국민들의 건강권과 관련한 차별적 접근을 제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의료계와 정부. 국민 3자 간의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찬진 실행위원은 “녹지병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공급자 단체들과 의료‧시민사회단체 등이 외국영리병원에 대한 특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의 평등권적 관점이나 국가 의료주권의 관점에서도 부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찬진 실행위원은 문재인정부부터 윤석열정부까지 이어진 ‘보건의료 빅데이터 산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찬진 실행위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의 정보 인권을 훼손하며 만든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외국 영리병원 자본에 무상으로 제공될 것”이라며 “‘돌연변이 제도’인 ‘외국의료기관’이 국민들의 보편적 건강권과 정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 관련 법규정을 신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도 영리병원 저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오상원 정책기획국장 “영리병원 재판, 빈틈없이 준비해야”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녹지국제병원과 제주도정 간의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관련, 이달 출범한 새 제주도정이 강력 대응을 천명한 만큼 빈틈없는 재판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중국녹지그룹 측의 병원매각으로 인해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의거하여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를 재확정한 이상, 제주도는 중국녹지그룹이 제기한 소송의 실익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과거 진행된 재판에서 제주도가 여러 차례 소송대리인을 교체한 사실을 언급하며, 제주도가 소송대리인의 일관성을 제고하는 등 변호인단 구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무슨 이유로 소송대리인이 매번 교체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제주도가 지금부터라도 소송전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제주도는 도민의 염원대로 제주특별법 내 영리병원 특례조항을 삭제 의견을 즉각 국회에 제출하여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

양연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장 “지역사회 공공의료 강화”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은 영리병원 추진에 맞서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양연준 지부장은 상급종합병원 도입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더불어 보건의료노동자 지원조례 제정, 환자급식 및 돌봄급식의 공적영역으로의 전환, 공공병원에 대한 도민사회의 참여 보장 등을 지역사회의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양연준 지부장은 “영리병원에 관한 전도민적 관심이 지속되고 그에 관한 공론화가 진행됨으로써 제주도민들의 영리병원에 대한 꾸준한 반대의사를 확인했다”며 “영리병원이 도민의 건강권에 이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도민들이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국가에게 제주는 돈벌이 수단”

한편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반복되는 영리병원 문제가 제주의 난개발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설명하며 그간의 제주 개발사(史)에서 도민들은 항상 배제되었다고 주장했다.

홍영철 공동대표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2002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자본과 국가에 의한 과잉관광과 난개발이 일상화되었다며, 영리병원 문제도 이러한 견지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영철 공동대표는 “국가는 이러한 폐해를 알고 있으면서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폈다. 국가가 제주를 대하는 형식은 달라졌지만 그 목적은 언제나 ‘돈’이었다”고 비판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이경민 팀장 “민주적 공공의료 거버넌스 마련 시급”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작년 3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내용을 심의하는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설치가 법제화되었다며, 실질적인 공공의료 정책 심의가 가능한 ‘민주적 공공의료 거버넌스’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경민 팀장은 “지역사회에서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에 의한 공공의료 예산 확보와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며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의 정책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공공의료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변혜진 상임연구위원 “기후적응력 가진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이어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과 기후위기 속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특히 제주는 사방이 해안에 면해있고 초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증하고 있다는 점에 미루어 보아 기후위기를 건강의 위기로 인식하고 기후적응력을 가진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감염병과 기후위기의 시대, 구조적 불평등이 그 피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가운데 제주를 ‘탄소배출 없는 섬’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돌보는 국가, 돌보는 제주도정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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