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근거 규정도 없이 일하는 우리, 소외감은 이제 그만!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3-2]
대구 수성고등학교 행정실무사 서종숙 선생님

  • 기사입력 2022.07.05 13:22
  • 기자명 신재용 기자 (교육공무직본부)

*이전 기사 공무원과 같은 일을 하지만 공무원 아닌 나, 행정실무사입니다에서 이어집니다.

Q. 일이 많고 무엇보다 복잡해 보여요. 업무분장이 잘 이뤄지고 있나요?

서종숙 : 업무분장은 일방적인 통보가 대다수인 것 같아요. 일부 관리자는 사전설명하고 조율, 조정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일방적 통보라 보시면 돼요. 특히 전보 갔을 때 정말 황당한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전보 가는 시기가 새 학기(3월 또는 9월)인데, 기존 구성원들끼리 업무분장이 이미 다 끝나고 남는 업무를 (실무사가) 하게 되죠. 하기 싫어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에요. 새 업무는 누구나 생소한데 말이죠. 업무분장은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최대한 반영된 안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급수가 낮거나 비정규직은 군말 없이 분장 된 대로 업무를 받아야 해요.

업무분장에 없는 자질구레한 일이 있어요. 커피머신 청소라든가, 쓰레기통을 비운다든가, 교사들 우편 배부 등 허드렛일도 많이 했어요. 말 안 해도 어련히 행정실무사가 알아서 하는 식으로. 지금 학교는 다 같이 하지만요.

업무분장 때문에 막말을 들은 분도 있어요. 그분은 육아휴직하고 복귀하면서 다른 학교로 가게 됐는데요. 관리자가 천안에 가스안전교육을 받고 오라고 했대요(편집자 주 : 도시가스사업법상 일정량 이상 가스를 쓰는 곳은 가스안전관리자를 지정해야 한다. 학교는 급식실에서 음식을 조리하면서 가스를 쓰므로 안전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분이) 이건 시설 주무관이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 관리자는 ‘그런 자세로 뭐하러 학교 다니냐’, ‘그 일도 안 하려고 했냐’,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면서 막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은 일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막말이 너무 심해서 1년도 못 채우고 그만둔다고 연락 왔어요. 노조가 나서겠다고 해도 나이가 어려서인지 무섭다고, 결국 사직했습니다. 지금도 막말하는 관리자가 있어요.

Q. 업무 하기도 전에 이렇게 스트레스받으시는데, 민원업무까지 하려면 힘들겠어요.

서종숙 : 네. 민원은 주로 재학증명서, 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를 학생에게 발급해주거나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 같은 교원 민원을 발급해주는 거예요. 행정복지센터 가서 주민등록등본 발급받는 것처럼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으로 발급하거나 수기로 발급하는데 어떤 분은 1년에 1000건이 넘는 증명을 발급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학생 관련 민원은 나이스로 다 되지만 영문성적서는 연도에 따라 나이스로 되는 것도 있고 안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눈알 빠지게 영문 해석하면서 증명서를 발급해요. 교원 관련 민원도 정교사라면 나이스로 발급되지만,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는 하나하나 (경력사항 등을) 찾아서 발급하고요.

교원,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업체 등으로부터 받는 민원 스트레스가 있어요. 특히 악성 민원을 접하고 나면 감정적으로 상처받고 일에 집중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서종숙 선생님이 업무할 때의 모습
서종숙 선생님이 업무할 때의 모습

Q. 여러 일을 하면 배울 것도 많을 텐데, 직무연수가 있나요? 직무연수가 필요하다면 어떤 연수가 필요하고, 왜 필요한지 말해주세요.

서종숙 : 직무연수는 인사이동 시점에 한 번은 해야 해요. 늘 해왔던 업무도 학교가 바뀌면 낯설고 어렵거든요. 안 하던 업무를 새로 맡게 되면 아는 건 전혀 없고, 알음알음 묻고 책 찾고,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겨우겨우 일을 처리할 때가 많아요. 직무연수 외에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연수도 있고요.

대구는 1년에 한 번씩 2일간 직무연수가 있는데요. 행정실무사(육성회직 포함)가 300여 명이 있는데 연수 인원은 작년 20명, 올해 30명을 제한을 두고 연수를 해요. 교육청은 왜 연수를 해달라고 하면 ‘논다’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직무연수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해요. 해당 직무에 관한 연수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연수가 필요해요. 예를 들면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연수가 필요한데, 기록물 업무 하면서 허리, 손목 많이 쓰고, 매일 같은 자세로 모니터를 쳐다보고 키보드, 마우스를 써요. 같은 자세로 오래 있다 보면 목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직업병이 생겨요. 이런 연수의 기회가 열려있지 않아요. 그리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는 많은데 교육공무직은 빠져 있는 편이죠. 학교 구성원이 업무에 필요하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교원, 공무원은 복무나 보수, 교육 훈련, 인사 규정 등이 법으로 자세히 정해져 있다. 교육공무직은 복무, 보수 규정은커녕 근거법령부터 없다. ‘행정실무원’, ‘행정실무사’, ‘사무행정실무사’, ‘교무행정실무사’ 등 명칭부터 지역마다 다르다. 모든 교직원이 같게 적용되는 내용의 공문이라도 교원, 공무원, 교육공무직 각자 따로 학교로 내려오거나, 여러 시책의 대상에 교육공무직은 포함되지 않은 채 온다. 공문 보낸 곳에 물어보면 교육공무직도 적용된다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데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교육공무직이 느끼는 소외감이며, 한 번에 할 일을 두 번 하게 만드는 비효율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여러 인사와 복무 등의 사항을 규정한 별도 직제로서의 교육공무직법을 만들고, ‘교육복지 +플러스학교’ 정책으로 인력과 연수 기회를 늘리자고 주장한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교육복지 강화, 노동권 존중을 골자로 내세운 정책인  정책 포스터 중 하나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교육복지 강화, 노동권 존중을 골자로 내세운 정책인 정책 포스터 중 하나

Q. 일은 일대로 하면서 소외돼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일하면서 가장 서운할 때는 언제인가요?

서종숙 : 지방공무원이 성과급 받는 날입니다. S등급이니 A등급이니 하면서 좋아하는데, 모든 일의 성과를 본인만 잘해서 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서운했어요. 행정실무사도 함께 잘해서 개인 등급이 높아졌을 텐데요. 성과급에 반영되는 업무를 행정실무사도 하거든요. 감사를 받으면서 업무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잘못했으면 사유서도 써요. 말이라도 ‘도와줘서 고맙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났다’고 하면 마음의 상처도 덜 받죠. 배려가 너무 없는 것도 문제인 듯해요.

행정실무사는 소외감을 많이 느껴요. 같은 일 하는데 다른 처우를 받고, 심지어 교육공무직에 관한 악플을 볼 때도 그렇고요. 행정실에 공무원과 행정실무사가 같이 있는데, 대개 공무원은 다수인데 행정실무사는 1명이에요. 공무원들끼리만 따로 업무 이야기하거나 행정실무사를 제외하고 회의하고, 행정실무사에게는 통보만 할 때도 있어요. 회식에서 제외되거나, 심지어 대놓고 따돌림당한 분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겪은 일인데요. 2014년인가 정확하지는 않은데, 임금체계가 바뀌면서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라고 공문이 왔어요. 기존에 인정됐던 (1.5배 연장근로수당을 받는) 초과근무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어요.

한참 뒤 노조에서 (초과)근무시간과 재량휴업일 초과근무수당을 (교육청이) 지급하지 않았다고 진정을 냈는데요. 그게 학교에 연락이 왔나 봐요. 그때 시어머니 상중이었는데요. 행정실장이 상중에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교장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상 마치고 교장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니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그 뒤부터 사사건건 태클을 걸더라고요.

2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살이 10kg 정도 빠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련했죠. 병가 내고 쉬거나 다른 학교로 전보신청을 내면 됐을 텐데요.

Q. 일부 지역은 ‘직종통합’이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종숙 : 직종통합은 당초 근로계약과 맞지도 않아요. 내가 원해서, 내가 필요해서 직종통합이 되었으면 몰라도 강제적인 직종통합은 반대합니다. 사용자 중심으로 이뤄진 나쁜 예시죠. 학교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직종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어요. 업무에 서툰 사람이 투입되면 업무의 질이 떨어지고, 학생들의 수업에도 지장이 클 거예요. (행정실무사 업무 안에서) 시스템이나 규정이 바뀔 때마다 배우고 공부하는데, 직종 자체가 바뀌어버리면 그간 노력한 거는 어떻게 될까요.

지역마다 다르지만, 교육공무직은 30~100개 직종이 있다. 이 중 교육지원을 하거나 교육행정업무를 하는 직종은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 ‘과학실무사’, ‘전산실무사’ 등이다. 각자 고유 업무가 있는데, 일부 교육청은 이 직종들을 한 직종으로 통합해서 운영하거나, 신규채용할 때 ‘교무행정실무사’ 등의 이름으로 뽑은 뒤 학교 실정에 따라 교무실 업무, 행정실 업무, 과학실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운영한다. 얼핏 보면 합리적일 수 있으나, 문제점이 있다.

직무연수가 충분하지 않다. 여러 직종의 업무를 맡기려면 업무가 바뀌거나 학교를 옮길 때마다 직무연수나 보수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원을 제한하거나, 의무연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해놓아 관리자의 허락이 없어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당사자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교육공무직이 ‘아무 일이나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교육공무직은 임금 등 처우나 넓은 의미의 노동조건은 단체협약이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만, 세세한 것은 교원이나 공무원의 것을 표준 삼아 적용하거나 ‘학교장 재량’에 많이 맡긴다. 이 과정에서 본인 동의 없이, 고유 업무와는 관련 없는 업무를 할 때가 있다. 사서를 교무실로 불러서 전화 업무를 하게 한다던가, 행정실무사에게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라는 등의 일이 지금도 종종 있다. 노조가 생긴 이후로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노조 간부가 조합원에게 받는 민원 중 하나가 ‘고유 업무를 무시한 일방적 업무분장 및 전가’다. 당사자 동의 없는 직종통합은 이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Q. ‘교육복지’의 측면에서 행정실무사 직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민들이나 이 기사를 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셔도 좋습니다.

서종숙 : 학교 행정실로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마주치는 사람이 행정실무사입니다. 행정실로 전화하는 순간 제일 먼저 통화하는 사람도 행정실무사입니다. 학교가 매끄럽게 운영되도록 맡은 업무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없으면 티가 나는 직종이 행정실무사고요. 행정실무사도 학부모이고 시민입니다.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곳이 학교다. 교원의 수업과 함께 교육행정직원들의 지원 없이 학교는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행정실무사의 역할이 교육복지의 영역이며, 학교가 담당하는 영역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ohmynews> 에도 연속기고 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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