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탁종열의 노동보도 높아보기] 동네북 된 공기업, 저널리즘의 기본을 묻다

  • 기사입력 2022.07.11 19:16
  • 최종수정 2022.07.11 19:20
  • 기자명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은 방만경영의 대명사가 됐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 노동자들은 세금을 축내는 ‘철밥통’이 됐으며 혁신의 대상이 됐다. 취업준비생의 절반이 목표로 하고 있고 직장인 3명 중 1명이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공공기관(공기업)은 ‘이익 집단’이 되어 국민의 고통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단다.

윤 대통령은 6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은 축소하고 호화로운 청사는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압박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용두사미가 되서는 안 된다”면서 공공기관(공기업)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공헌도 등 공공성의 가치는 사라지고 ‘효율성・수익성’이 평가 기준을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의 주장은 대부분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억측과 과장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의 류찬희 경제부 선임기자가 쓴 <공공기관 혁신,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는 칼럼은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글이다(사진1). 서울신문 류찬희 기자는 이 칼럼에서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강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요금 올리기에 급급한 공기업도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염치가 없었던지 구체적으로 이 공기업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누구나 이 공기업이 ‘한국전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묻겠다. 지금 한전 등 주요 공기업의 적자가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으로 해결되리라 생각하는가?

류찬희 기자에게 묻는다.

국민의 안전과 편리는 뒷전에 둔 채 되레 국민을 볼모로 연례행사처럼 장기간 파업을 벌이는 공기업은 도대체 어디인가? 철도공사(코레일)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저널리스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익명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어느 공기업인지를 밝혀라.

성과급 파티를 벌이려고 분식회계나 다름없는 경영실적 부풀리기 불법을 저지르는 뻔뻔한 공기업은 어디인지를 밝혀라. 한 달에 한번만 사무실에 나가 ‘출근도장’만 찍으면 월급의 70%를 받으며 성과급이나 복지 혜택을 모두 누리는 철밥통 공기업은 어디인지를 밝혀라.

류찬희 기자는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일감이 줄어들고 업무가 전산화 됐어도 조직 크기는 그대로이거나 되레 키우는 공기업이 많고”, “같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조직을 쪼개고, 지방・현장조직을 늘리는 방법으로 몸집을 키우는 공기업이 적지 않으며”,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만들어 민간에 넘겨도 될 업무를 쥐고 있거나 퇴직자들의 안식처로 만드는 일도 다반사다”는 거다. 하지만 어느 공기업이 각 사례에 해당하는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각 사례별로 해당하는 공기업을 밝혀라.

류찬희 기자의 주장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그동안 언론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어 불필요한 공공 일자리를 늘리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해 왔다. “일할 직원이 필요해서 뽑은 게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공공기관들이 억지로 인원수를 늘리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 선동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공기업과 공공기관 350곳의 임직원 정원은 44만3570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 32만8479명에 비해 11만4천 명 가량 늘어났다. 지난 5년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코로나19(COVID-19) 고용 충격 대응으로 인한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가 작년 8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상인 총 37만 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중 직접고용 정규직화는 7만8천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진짜 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 일반 정규직 전환 비율은 10% 초반(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 5만1천명을 포함해도 65%만이 정규직화 됐을 뿐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하지만 기존 직원들과 임금, 복지 등에서 차이가 나면서 '무늬만 정규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업무는 불필요한 업무가 아니라 ‘필수노동’이다.

올 해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 중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일반정부 일자리 비중은 8.8%로 OECD 평균 17.9%에 비해 여전히 절반도 되지 않는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선진국은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국가가 직접 고용하지만 우리는 이 필수노동자들을 대부분 민간용역업체에 위탁하기 때문이다.

류찬희 기자는 칼럼에서 “공기업 부채는 결국 정부 재정으로 메꿔야 하고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스스로 공기업 조직・정원을 키워 방만 경영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권력을 감시하는 일은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 임무다. 하지만 저널리스트의 글이 사실 확인과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특정 이데올로기를 위한 선동일 뿐이다. 당신은 저널리스트인가? 대기업(재벌)을 위한 선동가인가?

“앞뒤 안 맞는 방만 경영 타령 그만두고 통계와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분석을 다시 꼼꼼히 해볼 때다”

경향신문에 실린 정세은 교수(충남대 경제학과)의 충고를 되새길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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