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딱 한마디 듣기 위해 두달째 천막 지키는 동료들

“에어팰리스 거제 헬기추락 산재사망, 책임자 선진그룹 사과하라”
조종사 장례식장은 찾아가지만 조합원 사망에는 애도 한마디 없어
사과 없는 이유, 배상도 법 처벌 때문도 아닌, ‘노조 만든 괘씸죄’

  • 기사입력 2022.07.25 09:50
  • 최종수정 2022.07.27 10:11
  • 기자명 조연주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회사의 대표 책임자로서, 업무 수행 중 세상을 떠나신 에어팰리스 직원 박병일 씨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누구도 이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을 떠나간 동료를 위한 딱 한마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회사 책임자의 그 한 마디를 받아내기 위해 동료들은 두달 째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넓직한 8차선 도로에 인적이 드문 곳에 천막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향동로 20.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에어팰리스지부가 대표자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천막을 세운 곳, 에어팰리스의 지배회사인 선진그룹(회장 신재호)의 주소다.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에어팰리스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화물 운송이나 산불진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로, 주로 지자체와의 용역계약을 맺는다. 헬기 정비사 등은 대체로 김포 등지에서 살지만, 1년 중 절반 이상 장기 출장을 나간다.

5월 16일 오전 8시 40분께 정비사 박병일 조합원을 비롯해 3명이 탑승한 헬기가 거제도 선자산 정상 부근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병일 조합원과 헬기 기장이 사망했고, 나머지 한 명은 중태로 병원에 입원중이다. 박병일 조합원은 뇌사판정을 받았다. 사고 3일만인 19일,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존엄한 끝을 맞이했다.

박병일 조합원의 장례식장에는 회사 직원 한 명이 방문했다. 동료들은 동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직원이 사과와 추모 대신 ‘자신은 권한없는 월급쟁이’일 뿐이며, ‘곧 권한 있는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 순간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며칠이 지나도 회사 대표는 유족을 찾지 않았다. 대표는 같은 사고로 사망한 헬기장(조종사)의 장례식장을 찾아 유감과 사과를 건냈는데, ‘기장의 장례식장은 대표이사 거처와 가까웠기 때문에 갈 수 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궤변이 따랐다.

피켓팅중인 조합원들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피켓팅중인 조합원들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시민분향소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시민분향소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이렇게 동료를 보낼 수는 없었다. 동료들은 회사 대표의 진정어린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억울하게 스러진 박병일 조합원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에어팰리스 지부는 5월 26일 천막농성을 시작한다. 유족과 동료들이 사과를 요구하기 시작하자 대표이사는 병가를 내고 ‘숨어버렸다’. 조합원들은 대표이사의 병가는 핑계일 뿐이며, 여전히 조합원들의 눈을 피해 업무를 보고있다고 주장한다.

에어팰리스의 조합원은 모두 16명이다. 산재로 세상을 떠난 박병일 조합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이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번갈아가면서 천막을 지키고 낮에는 김포시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피켓팅을 하며 선전전을 벌인다. 지난주부터는 지하철 구래역(김포골드라인)에 시민 추모 분향소를 차렸다.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 박병일 조합원의 어머니. ⓒ 민주노총 제공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 박병일 조합원의 어머니. ⓒ 에어팰리스 지부 제공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제공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에어팰리스 지부 제공

유족 배상의 문제도 아니고, 사고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1년 이상 걸리기에 법 처벌 회피의 문제도 아니다. 유족들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고, 동료들이 사과촉구 최전선에 서자 언론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김진오 지부장은 유족들에게 발인 전까지 반드시 사측의 사과를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발인에도, 49재에도 지켜지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것이 동료들은 미안하기만 한다.

에어팰리스지부는 올해 3월에 만들어졌다. 사고는 노조가 만들어진 지 2개월만에 일어났다. 그 사과 한마디가 뭐라고, 노동조합을 만든 괘씸죄가 아니고서는 이 비상식적 상황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자기 사업장에서 감히 노조를 만들었고, 그것도 ‘민노총(민주노총의 멸칭)’에 들어간 것이 이유라고 보고 있다. 김진오 지부장은 노조설립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동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첫 투쟁 국면에 접어들게 될 지는 꿈에도 몰랐고, 그렇게 시작한 투쟁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될지는 더욱이 몰랐다며 답답한 가슴을 쳤다.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는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는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 ⓒ 김준 기자

“저희가 얻을 거 없어도 됩니다. 얻을 거 뭐가 필요하겠어요. 한은 풀고 가게끔 해줘야죠. 오랜 세월을 같이 봐왔고 정을 나눈 동료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이렇게 갑자기 간 것도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까운데 (이게 만약에 다시는 생기면 안 되는 사고지만) 만약에 또 누군가가 우리가 이런 어떤 산재 사망 사고가 생기면 회사는 똑같이 굴 거 아니에요.”

두 달 동안,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이득을 볼 게 없는’ 투쟁에 이렇게 까지 싸울 수 있냐는 질문에 김진오 지부장은 이같이 답했다. 사람이 죽었으면 애도를 표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존엄한 존재의 죽음 앞에 최소한의 예를 갖춰야 한다는 이들의 말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던 마음과 궤를 같이 한다. 혹자는 그 사과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매달리냐고 할테지만, ‘그 한마디’ 못하는 아니 안하는 회사의 태도를 보았기에 더더욱 물러설 수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1년 중 7개월 이상을 주말도 공휴일도 명절도 없이 꼬박 근무한다. 계약상으로도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가 정해진 노동시간이다. ‘헬기’, ‘항공사’라고 하면 꽤나 괜찮은 복지 처우와 임금수준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지만,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서 시작한다. ‘극비’에 부쳐진 급여체계 때문에 같은 연차, 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월급 기준) 5만 원이 오르고 누구는 10만 원이 올라도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취업규칙이 있다는데,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연차수당을 손에 쥐어 본 기억도 없다. 

두 달 가까이 농성중인 조합원 대부분이 처음으로 대체휴가를 사용중이다. 밀린 대휴가 너무 많아 두달간 사용했지만 아직도 여유가 있다. 김진오 지부장은 그동안 한번도 못써본 휴가, 병일이 덕분에 한꺼번에 써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전 날 술 한잔 기울이며 환하게 웃던 동료가 눈에 아른거린다. 5년 동안 함께 일했지만 같이 찍은 사진이 스무 장 남짓이라며 후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보다 더 오랜시간을 보내고, 매일같이 정을 나누는 사람이었다. 가족이라면 가족이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고인이 된 박병일 조합원과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 ⓒ 에어팰리스 지부 제공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고인이 된 박병일 조합원과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 ⓒ 에어팰리스 지부 제공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고인이 된 박병일 조합원(오른쪽).  ⓒ 에어팰리스 지부 제공

김포시민들도 나섰다. 김포지역 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시민대책위도 함께 연대하고 있다. 에어팰리스의 지배회사인 ‘선진그룹’은 김포지역 버스 운수를 골자로 한 오래된 지역 유지다. 시민대책위는 한 노동자이자, 김포 시민이었던 박병일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사과를 무시하고 있는 선진그룹의 행위를 전체 김포시민 안전문제로 확대해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시내버스 대부분을 운행하고 있는 선진그룹이,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등한시 여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들 지부와 민주일반연맹은 보다 본격적인 투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안전사고 발생시 대응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촉구하고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지도부도 매일같이 천막을 찾아 상황을 공유한다. 당장은 오는 26일 ‘헬기추락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 선진그룹 사죄 촉구! 재발방지책 수립! 에어팰리스지부 투쟁승리 3차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제공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에어팰리스 지부 제공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는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조합원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노동자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김성규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 의장.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김성규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 의장.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노동자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노동자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노동자들. ⓒ 김준 기자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에 대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노동자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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