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방문한 집에서 만취한 고객이 칼들고 위협"...가전방문점검원들의 기막힌 현실

- 가전통신서비스노조, 26일 증언대회 열어
-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방치에 "표준계약서 마련 필요"

  • 기사입력 2022.07.26 12:19
  • 최종수정 2022.07.26 12:20
  • 기자명 서비스연맹
26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26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생활가전 렌탈제품을 서비스하는 방문점검원들은 26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일하고 있다며 사회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고 “업계에 자리잡은 불합리한 방문점검원 위임계약서를 대체할 표준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이현철 위원장이 26일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이현철 위원장이 26일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법이 강제하는 근로계약서 대신 회사가 임의로 규정한 위임계약서에 따라 일을 한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가전렌탈 업계에 통용되는 위임계약서에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업무상 비용을 전가하는 등 방문점검원의 일방적 손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노동자로서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전혀 다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일방적 계약해지로 인한 고용불안 ▲불합리한 수당되물림 제도의 폐해 ▲업무상 사용비용 미보전 ▲방치된 감정노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증언에 나선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이성대 조합원은 현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고객 집에 방문했더니 만취한 고객이 칼을 들고 위협해 탈출한 경우도 있고, 반려견이 짖는 바람에 놀라니 ‘개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가전제품 방문점검서비스 종사자 수는 모두 3만여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전렌탈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이후에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제도적 안전장치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SK매직MC지부 이두일 조합원은 “비정상적인 근무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형성이 영업의 기반인 렌탈업계의 특성에 비춰 장기적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수당되물림’ 관행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수당되물림은 고객이 렌탈계약 체결 이후 회사가 정한 기간 내에 렌탈제품을 반환할 시 방문점검원이 받은 영업수수료를 회사가 도로 받아가는 제도다. 고객이 렌탈료를 체납해도 마찬가지다. 

SK매직MC지부 류혜선 조합원은 “고객이 제품을 반환하는데 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도로 빼앗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여기에 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위약금과 철거비까지 뜯어간다. 다단계와 다를 바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강병찬 정책실장이 26일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강병찬 정책실장이 26일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이 회사가 임의로 규정한 위임계약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표준계약서를 통해 △일방통보 계약해지 금지 △위임계약 연단위 자동갱신 △인사․징계위원회 노조참여 △관리계정 갑질 봉쇄 △정기 건강검진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서비스연맹 법률원 박현익 변호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방문점검원들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물류서비스법의 보호를 받는 택배기사들처럼 법률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표준계약서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가 보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TV홈쇼핑 종사자, 온라인쇼핑몰 종사자, 애니메이션 제작자,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가수) 등의 업종에도 표준계약서를 제시해놓고 있다. 

발언하고 있는 윤미향 국회의원
발언하고 있는 윤미향 국회의원

증언대회에 참석한 윤미향 국회의원은 “지난 6월 상급자의 갑질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독사한 사건은 방문점검원들의 참혹한 노동현실을 보여준다”며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조합은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및 10만 서명운동, 관련 정부부처와의 협의테이블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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