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172명당 화장실 2.5개의 건설현장, 건설노조 국가인권위 진정

폭염기 3대 수칙 이행 가이드 있으나마나, 건설현장 편의시설 총체적 부족

  • 기사입력 2022.07.26 17:33
  • 기자명 김준태 기자 (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건설노조 편의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건설노조 편의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보름 사이 2명의 건설노동자가 온열재해로 추정되는 이유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여름철 옥외 작업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강제하는 법제도는 마련돼있지 않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는 건설현장 폭염대책을 기본으로 화장실, 휴게실, 탈의실 등 편의시설 문제를 지적하며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노동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대상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8일까지 자체적으로 조사한 폭염기 수도권 LH 편의시설 실태 조사를 근거로 한 현장당 평균 172명이 세면장 1.7개, 화장실 2.5개, 휴게실 2.5개를 사용해야 한다며, 건설노동자들이 폭염기에 실제로 햇빛을 피해 쉬거나 원활하게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밝혔다. 특히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휴게실, 샤워실 등을 규율하도록 하고, 현장 근로자 수에 따른 설치 규모를 포함한 각 편의시설 세부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날 재차 진정을 제출한 것이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우선 얼마 전 언론에 나왔던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나온 것에 대해 건설노동자로서 죄송하다. 다만 이런 문제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면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골조공사가 진행될 때는 건설현장에 아무것도 없다. 많게는 3000명 씩 일하는 건설현장에 화장실이라고는 고작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3000명이 일을 하는데 고작 30명도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화장실을 만들어놓고 건설노동자들이 더럽게, 그리고 아무데나 용변을 본다고 비난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현실을 말했다. 이어 초고층화 되어 가는 건설현장에서 100층 높이에서 작업하는 건설노동자들은 햇빛을 가릴 가림막 조차 없는 현실을 말하면서 “화장실을 가려면 30분이 넘게 걸린다. 어떤 건설자본들도 건설노동자들이 작업 중 화장실 다녀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농땡이친다고 한다. 그래서 참다참다 도저히 안되면 공사 중인 건물 내부에서 용변을 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왜 그래야만 하는지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건설노동자들은 건설현장 휴게시설 개선을 요구하면서 '쉬고싶다! 휴게실에서', '씻고 싶다! 세면장에서', '보고 싶다! 깨끗한 화장실에서'를 외쳤다.
건설노동자들은 건설현장 휴게시설 개선을 요구하면서 '쉬고싶다! 휴게실에서', '씻고 싶다! 세면장에서', '보고 싶다! 깨끗한 화장실에서'를 외쳤다.

이어서 허근영 건설노조 사무처장은 “건설현장에서 더위먹어서 건설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쉬고 싶은데 더위를 피할 곳도, 옷을 갈아입을 곳도 없고, 씻을 곳도 없는 현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야기하고 묻고 싶다”면서 “현장 노동자 수에 맞춰 휴게공간과 화장실이 갖춰져야만 하고 그것이 되지 않을 시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는 그런 것이 없다”며 토로했다. 허 사무처장은 “무더위로 사망한 건설노동자들 개인이 그냥 더위먹고 사망한 것이 아니다. 현장 조건이 그렇게 만든 것이고, 현장의 책임자들이 노동자를 폭염으로 내몬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라고 요구해도 누구도 건설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현실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건설현장의 편의시설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폭염기 수도권 LH 편의시설 실태 조사를 위해 실제 현장조사에 나섰던 어광득 경인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조사를 하는 동안 일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공사 현장인 LH현장 곳곳에는 폭염기에 대비한 물・그늘・휴식을 강조한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실제 시설은 그 현수막 수보다도 부족했다”면서 영종도의 한 현장은 휴게실은 있지도 않고, 화장실은 현장 입구에 단 한 개만 있었다면서 “건설노동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현실”임을 지적했다.

20대 건설노동자로 청년건설노동자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김산 형틀목수는 “건설현장 편의시설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현장 작업 구간에 합판을 깔고 휴식을 취하거나, 시스템비계 위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폭염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건설현장은 언제나 휴식공간이 부족함을 이야기했다. 이어 김산 조합원은 화장실과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 원청 사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갔더니 도어락으로 잠겨져 있었다. 급한 상황에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건설노동자들은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우리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자 현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건설노동자들을 조금만 더 인간답게 대우해준다면 청년층에서도 건설현장에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부탁한다”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쳤다.

기자회견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생수를 마시고 붓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기자회견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생수를 마시고 붓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폭염기 건설현장 편의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출하는 김산 청년건설노동자와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고용노동부와 LH를 상대로 “툭하면 점검한다고 하면서 왜 폭염기 건설현장 편의시설 법제화는 하지 않는가. 여기저기 폭염기 옥외작업 가이즈 홍보를 하면서 실제 현장이 어떤지는 대체 왜 모르는가”, “건설노동자의 생계와 삶이 걸린 기본적인 편의시설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공공발주처 LH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최소한의 역할”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