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하청노동자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 기사입력 2022.07.28 13:29
  • 최종수정 2022.07.28 13:30
  • 기자명 김기홍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인간의 탈을 쓰고 사람의 말을 하지만, 인간의 삶을 꿈꿀 수 없고 사람답게 살 수도 없는 신종 노예 00. 권리를 주장하면 불법이 되고, 노조를 만들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어디에도 취업이 안 되는 사람 00”

00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정답은 ‘하청’이다.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버스를 타고 달려간 김진숙 지도위원이 하청노동자를 가리킨 말이다.

2014년 세계적인 조선산업의 침체로 13만명의 조선소 하청노동자 중 8만여명이 조선소를 떠났고, 남은 노동자들은 매년 받던 상여금 550%가 삭감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버텼다. 하지만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원청의 하도급 갑질로 인한 해고, 임금체불, 심지어 4대보험료까지 체납했다. 2015년, 2020년에는 기성금(공사 중간에 공사가 진행된 만큼 계산하여 주는 돈) 삭감으로 인하여 하청업체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른바 갑질 중의 갑질은 ‘원청 갑질’ 이라며, 원청회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시간, 복지, 직장 내 괴롭힘 등 모든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원청의 갑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하청노동자들의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라는 절규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이들의 현실은 외면하고 ‘불법점거’ ‘법과 원칙’을 강조하기 바쁘다. 누가 검찰 출신 대통령 아니랄까,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기 전에 조선업 세계1위 국가가 되기까지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51일째를 맞은 지난 22일, 협상이 타결되었다. 30일 넘게 가로,세로,높이 각 1m 철제감옥에 자신을 가뒀던 노동자와 도크 위 고공농성자들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2015년부터 삭감되었던 임금을 다시 돌려달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결국 정부의 공권력 투입 압박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하였지만 임금 4.5%인상, 상여금 지급, 폐업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등의 성과를 내고 파업을 종료하였다.

하지만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부분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모는 ‘손배’라는 감옥을 우리는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최강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에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하반기에 반드시 입법될 수 있도록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입법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조선업의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최근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는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뀝니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영우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욕과 폭행, 악질 언론플레이를 견디며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싸운 하청노동자들은 ‘무죄’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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