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한여름 찜통더위, 학교 급식실은 '전쟁터'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4-1]
전주 만성초등학교 조리실무사 방미숙 선생님

  • 기사입력 2022.08.04 13:49
  • 기자명 신재용 기자 (교육공무직본부)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급식’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 성장기 아이들이 꼭 먹어야 하는 한 끼, 친구와 함께 밥 먹으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시간 등. 아이들은 학교에서 밥을 먹으며 몸과 마음이 자란다.

정성스러운 밥과 반찬이 담긴 식판에는 학교 급식노동자의 노동이 있다. 수백 명, 많으면 2천 명 가까운 인원이 먹을 밥을 제시간 안에 만들어야 하는 조리실무사(지역마다 조리실무사와 함께 일하는 조리사 직종이 별도로 있거나, 조리종사원이라 불리기도 한다)가 아이들을 살찌운다. 그들이 일하는 환경은 어떤지, 무더운 여름에 어떻게 일하는지 교육공무직 노동자 네 번째 인터뷰로 조리실무사 방미숙 선생님을 7월 25일 오후에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전주 만성초등학교 조리실무사 방미숙 선생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주 만성초등학교 조리실무사 방미숙 선생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전주 만성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방미숙이라고 합니다. 올해로 14년 차입니다.

Q. 방학을 했나요?

아뇨. 모레부터 방학이에요. 퇴근하고 바로 왔습니다.

Q. 하루종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람들이 ‘급식’은 뭔지 알지만, 급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잘 알지 못합니다. 급식실에서의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말해주세요.

급식이 시작되면 ‘전쟁’이라고 하거든요. 1차전, 2차전, 3차전이라고 우리끼리 표현하죠. 8시에 출근해서 20분 정도 조회하고, 바로 조리에 들어가야만 급식이 (시간에 맞춰) 나갈 수 있어요. 이 조리가 ‘1차전’이죠(웃음). 조금만 지체되고 손발이 안 맞으면 음식이 못 나갈 수 있어요. 특히 요즘은 식중독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야 해요.

오늘 했던 일과를 말씀드릴게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20분 정도 조회하고 전처리하면서 일을 시작했어요. (식재료가 잘 들어왔는지) 검수하는 분들은 1시간 일찍 와서 검수하고요. 전처리는 파나 당근을 다듬고, 양파 까고, 씻고, 소독하는, 조리 전에 알맞게 준비하는 것을 말하죠. 몇 번을 반복해야 해요. 전처리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조리를 해요. 오늘은 파프리카랑 대파를 씻고, 다듬고, 소독했어요. 조리할 때는 전처리한 것들을 가져와서 썰고, 삶고, 양념도 하죠.

조리 중간중간에 다른 팀을 도와주러 갔어요. 반찬이 고등어구이였는데, 이걸 만드는 팀에 가서 30분 정도 옆에서 도와줬어요. 식수 인원은 많은데 조리 인원은 한계가 있어서요. 개수가 많아서 고등어구이를 두 번에 나눠서 구웠거든요. 오븐에 한 번 넣어서 굽고, 구운 걸 빼고 다른 고등어들을 다시 넣고 구워야죠. 돕다가 파프리카를 썰었어요. 쌈장을 바트(편집자 주 : 반찬을 담는 스테인리스 통. 영어 단어 vat에서 유래한 명칭)에 담았어요.

제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죠? 큰 학교라 (식수 인원이 많아서) 노동강도가 높아서 정기전보를 할 때마다 사람이 많이 안 오려고 해요. 상대적으로 신규 입사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경력 있는 사람들이 도와주죠. 국 끓이는 곳에 가서 또 도와주고, 고등어구이 하는 팀에 가서 구워진 것을 바트에 담고 구울 것을 오븐에 넣는 걸 도와줬어요.

조리가 끝나면 10분 정도 허겁지겁 식사하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바로 배식 준비하고, 2시간 반 동안 배식을 해요. 11시 20분부터 아이들이 밥을 먹어요. 좀 빠르긴 한데 배식시간이 워낙 길어져서 그래요. 원래 배식은 한 번에 다 해서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시차를 두고 배식해서 배식시간이 2시간 반~3시간 정도로 늘어났어요. 한 학년마다 밥 먹으러 따로따로 와서 여섯 차례 배식하죠. 한 학년 끝나면 쉬지 못하고 다른 학년 오기 전에 잠깐 홀 치우고 다시 배식 준비해요. (한두 번에 할 거를 여섯 번 하니까) 그만큼 일이 많아지죠. 이제 ‘2차전’이 끝났습니다.

아, 그 사이사이에 앞치마를 몇 번이고 갈아입어요. 전처리용, 조리용, 설거지할 때 쓰는 앞치마가 각자 있거든요. 하루에 서너 번 이상은 갈아입는데, 이거도 은근 시간싸움이에요. 앞치마를 따로 보관하는 소독고에 가서 갈아입어야 하는데, 동선이 길어지거든요.

(배식이) 끝나면 바로 ‘3차전’ 청소를 하죠. 1시 반에서 2시 사이에 식판을 닦았어요. 식판은 1500개 정도 되는 걸 한 장 한 장 빼서 닦죠. 식판 회수통이 3개나 되는데, 한 통 다 닦으면 다른 통을 또 닦고요. 한쪽에서 닦으면 다른 쪽에서는 세척기에 집어넣고요. 그리고 나와서 식당 홀 청소를 하죠. ‘시니어’라고 해서 2시간 정도 아이들이 밥 먹는 동안 식탁 닦는 일만 하는 분들이 있긴 한데, 배식이 다 끝나고는 저희가 또 닦죠.

그리고 마저 닦지 못한 식판을 또 닦고, 다 쓴 조리도구를 설거지하기 위해 한곳에 모으고, 정신없이 설거지하고 큰 솥단지도 닦죠. 세척실도 바닥이며 벽이며 청소하고, 전처리실 하수구도 트랜치(편집자 주 : 하수구나 배수로의 직사각형 모양 뚜껑 또는 덮개)를 들어서 청소하고요. 이러면 3시 10분이 되고, 씻고 잠깐 쉬다가 4시에 퇴근합니다.

Q. 말만 들어도 숨이 막히고 급해 보입니다. 조리실무사는 몇 명이 근무하고, 몇 명분의 급식을 만들고 있나요?

조리실무사 11명이 근무합니다. 배식원 등 다른 인력은 따로 없고, 아까 말한 시니어가 여덟 분 계세요. 원래 없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배식시간이 길어지고, 학년마다 배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중간중간 식탁 닦기가 힘들어서 학교에 요구했거든요. 올해부터 오셨고요. 식수 인원은 교직원까지 해서 대략 1500명 정도 돼요.

다른 공공기관의 급식노동자보다 2배 이상의 일을 하는 학교 조리실무사, “살아서 돌아오자”

Q. 한 사람당 대략 140명이 먹을 급식을 만드네요. 중노동 아닌가요? 낮은 숫자가 아니에요. 거기다 요즘은 날이 더운데, 일을 어떻게 하세요? 에어컨이 잘 나오나요?

천정형 에어컨이 있긴 한데 직접 쐴 수도 없고, 많이 시원하지도 않아요. 세척실 같은 곳은 에어컨이 없어요. 세척기가 가스로 돌아가는 거라, 에어컨 바람 때문에 (에어컨을) 틀 수가 없어요. 대신 냉풍기가 있죠. 그 냉풍기 하나로 뜨거운 것을 버티면서 (세척을) 하죠. 세척실에 들어간다면 ‘살아서 돌아오자’라고 말할 정도예요.

에어컨을 몇 년째 요구하고 있고, 교육청에서 사줄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전력량에 문제가 있대요. 학교는 전력 공사를 하려면 학교 돈으로 해야 하니까 돈 없어서 못 한다고 하고, 몇 년째 무산되고만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폭염일 때도 더운 상태로 그냥 일하죠.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요. 참 잘못된 게, 오래 일하다 보니까 일하는 걸 몸이 기억해요. 힘들어도 몸이 가서 알아서 일하고 있어요. 몸이 힘들면 천천히 해야 하는데요. 습관이라는 게 무섭죠.

한참 더운 여름철에는 밖에 잠깐만 돌아다녀도 땀이 쏟아지고, 햇볕이 뜨거워서 그늘이나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를 찾게 된다. 그러나 조리실에서는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음식을 만들면 기본적으로 불을 쓴다. 대규모로 음식을 만드니 조리실 내부 온도는 50도에 육박한다. 그 과정에서 증기가 나오고 물을 많이 쓰므로 습하다. 습기가 있으니 미끄럽고, 여러 기계가 돌아가며 동시에 일을 하니 시끄럽다. 이 안에서 140명의 식사가 만들어진다. 조리실무사의 땀과 눈물이 아이들의 한 끼 식사를 만든다.

‘배치기준’이라는 말이 있다. ‘조리실무사 1인당 식수인원’을 뜻하는 용어인데, 학교의 배치기준은 다른 공공기관의 배치기준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전국적으로 평균 130~150명 정도의 배치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이상인 지역도 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의 식사를 만들고, 시간에 맞춰서 나가야 하니 학교 급식실을 ‘전쟁터’라고 부르는 게 무리는 아니다.

Q. 일 안 해본 사람이 봐도 정말 힘들어 보입니다. 급식실이 어떻게 바뀌어야 일하기 편하게 될까요?

가장 필요한 건 배치기준을 낮추는 거죠. 조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1인당 드는 무게가 달라지니까요. 조리실무사 1인당 100명만 되도 좋겠어요. 사람 많은 도심 지역은 절실해요.

시설 면에서는 운반 카트나 기구, 도구 같은 게 바뀌었으면 해요. 예전에 나온 것들은 모양만 크고 비효율적이에요. 사람 몸에 맞지 않는달까? 요즘 것들은 작지만 제대로 쓸 수 있으면서 옛날 것보다 (기능이) 뒤지지 않아요. 사람에게 맞게 소형화됐죠. 손이 덜 가고요.

바닥 타일도 미끄럼 방지 타일이 있는데 그걸로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면 하루에 코끼리 한두 마리씩 든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있다. 실제 조리실무사가 급식을 만들면서 들고 내리는 무게가 8톤 정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뜨겁고 습한 곳에서, 시간에 맞춰 서둘러서, 1인당 140명분의 식사를 만드는 중노동. 조리실무사는 ‘골병’이라 부르는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며, 최근에는 폐암으로 숨진 사례도 생겼다. 이런 중노동을 하는데 방학 기간에는 급여가 거의 없어서 생계를 잇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하기도 한다. 조리실무사로서 다른 고충은 없을까?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음 기사에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ohmynews> 에도 연속기고 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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