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고령노동자 생존 위협하는 ‘세금알바’ 프레임, 노인 복지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나

  • 기사입력 2022.08.09 10:00
  • 최종수정 2022.08.26 11:30
  • 기자명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8월 1일 동아일보 박중현 논설위원은 칼럼 <일자리 풍년, 기이한 불황>에서 “식당, 카페들은 종업원을 못 구해 영업시간을 줄이고, 알바 중계 플랫폼에는 ‘사람을 찾아 달라’는 주문만 쌓이고 있다”면서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난 정부가 만든 세금알바”를 지목했다. 박중현 논설위원이 말한 ‘세금알바’란 ‘공공형 직접 일자리 사업’이다. 그동안 재벌신문은 ‘공공형 직접 일자리’를 ‘국민의 세금을 퍼부어 만드는 아르바이트형 일자리’라면서 끊임없이 비하해 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3일 사설 <5년 만에 ‘고용 분식’ 실토한 기재부, 다른 통계 왜곡도 바로 잡아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멀쩡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용 참사가 벌어지자 이를 가리려 사실상 통계 분식을 한 것이다”면서 그 대표적 사례로 ‘세금으로 대량 생산한 노인 알바 일자리’를 지목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노인 일자리’를 “그 상당 부분이 풀뽑기・새똥닦기・휴지줍기 등 출석부에 사인만해도 월 수십만원씩 주는 아르바이크 자리”라고 깎아 내렸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 28일 고용노동부가 ‘재정 지원 일자리 평가 및 개선 방안’을 공개하자 직접 일자리 사업을 가리켜 “‘눈먼 돈(세금)’을 빼먹는다는 뜻에서 ‘줍줍(줍고 또 줍는) 일자리’라는 말까지 나왔다”면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22조원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 주장은 ‘가짜뉴스’이다. ‘직접 일자리’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통계를 과장해 왜곡한 것이다.

지난해 일자리 예산은 30조500억 원인데 여기에는 △실업소득 12조5000억 원 △고용장려금 8조4000억 원 △창업지원 2조4000억 원 △직업훈련 2조2000억 원이 포함된 것으로 직접 일자리 예산은 3조2000억 원으로 1/10에 불과하다. 지난해 직접 일자리 참여자는 101만1000명으로 이 중 노인일자리가 83만6000명이다.

세계일보는 7월 25일 고용노동부가 ‘2021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성과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자 <중・장년층 일자리 사업 과반이 ‘낙제점’>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보도에 대해 “성과평가 결과 ‘개선필요’ 등급을 받은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된 사업들이며, 고용 측면에서 품질향상 등을 위해 개선사항을 발굴한 사업들이지 ‘부실 사업’이 아니다”고 밝혔다. “개별 사업별로 평가 내용이 다르므로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낙제점을 받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세금알바’ VS ‘세상을 바꾸는 일자리’
모든 신문이 ‘세금알바’, ‘관제알바’라며 비하하지만 ‘노인 일자리’를 ‘세상을 바꾸는 일자리’라고 평가하는 언론도 있다. 경향신문은 세 차례에 걸쳐 <세상을 바꾸는 노인 일자리>를 기획 취재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청주 솔밭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지킴이를 하고 있는 김기홍(82)씨, 은평구에서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는 나선임씨(80), 취약계층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채흥호씨(75), ‘빨래’를 통해 노인을 만나는 김치원씨(79), 청량리 롯데시네마 키오스크 안내를 하는 김경순씨(73)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노인 일자리’가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매월 27만원이라는 적은 돈이지만 이들 고령 노동자에게 ‘노인 일자리’는 삶의 활력소이자 ‘복지’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노인 일자리’는 곧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원칙에 따라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구조조정 1순위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감세 정책에 앞서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 “‘불필요한 세금 일자리’를 과감히 걷어내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주문에 맞춰 고용노동부는 ‘공공 중심’의 일자리 정책 방향을 ‘민간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노인들을 고용하기보다는 노인을 고용한 민간 사업체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장형’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대표적인 ‘시장형 일자리’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 사업장이 고물가로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시장형 일자리는 공공형보다 더 높은 노동강도와 생산성을 요구하는 일자리로 지금의 고령층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연금제도의 미흡으로 노인빈곤률이 4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연금제도가 빈약한 국가에서 노인일자리는 우선 소득보전 기능을 하면서 노인들에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며 “재정적인 잣대만을 갖다 대고 줄이려고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형 직접 일자리 정책’은 ‘고령 노동자의 일할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제도 밖의 노동자들이 넘쳐나지만, 안정적인 고용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단시간 노동자가 급증하고 불안정한 노동시장이 확대됐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고용 통계를 부풀리는데 이용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정보로 고령노동자의 노동을 폄훼하고 비하하는 언론보도는 자칫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층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최소한 자신들의 보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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