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3주기··· 타 대학 휴게시설 3년 전 환경 그대로

"서울대학교, 개선됐지만 미흡한 휴게시설"
"몇몇 타 대학들은 서울대 3년전 환경 그대로"

  • 기사입력 2022.08.09 20:20
  • 최종수정 2022.08.10 13:27
  • 기자명 김준 기자
9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2019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3주기 학생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악천후로 취소됐다. ⓒ 김준 기자
9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2019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3주기 학생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악천후로 취소됐다. ⓒ 김준 기자

3년 전 오늘,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새벽 청소 일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잠깐 눈을 붙였지만 다시 깨어나지 않았다. 열악한 청소 노동자 휴게환경으로 질타를 받은 서울대 측은 3년 동안 일부 휴게실을 미약하게 나마 개선했지만, 몇몇 타 대학들은 계속되는 휴게실 개선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3년 전 서울대 휴게실 환경을 고수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9일 발언문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대가 3년 전 청소노동자 사고로 휴게실을 개선했지만 미흡한 지점이 있다며 지적하고, 다른 대학들의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를 고발했다.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당시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은 계단 아래 공간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곰팡이 냄새가 심각했고 대걸레를 빠는 개수대 옆에 위치한 곳도 있었다. "휴게실을 옮겨달라" 아니면 "냉방·환기 시설을 설치해달라" 수년째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무더위로 휴게실 문을 열어 놓을래도, 강의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휴게실 내부는 학교 측에선 숨기고 싶은 곳이었다. 마음놓고 문도 열수 없던 청소노동자는 자비를 털어 미니 환풍기를 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2019년 8월 9일 35도의 1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새벽 청소를 마치고 잠이든 청소노동자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측은 휴게공간 개선 작업을 통해 계단 아래 위치했던 휴게공간을 보다 나은 환경으로 이전하는 등 에어컨, 환풍기를 설치해 일부 환경이 나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학교측이 단기적·장기적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고민 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공동행동은 "냉난방부족 등 최소한의 부분은 많이 개선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밝히며 로스쿨 건물의 휴게공간은 과거 계단 아래 공간에 비해 환기가 용이한 공간으로 이전됐지만, 여성 휴게실의 경우 5인이 한 번에 눕기도 어려울 정도로 면적이 좁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또한, "지상층으로 명시돼있지만 물리적으로는 지하 공간에 배치돼 있어 한여름의 습기와 냄새를 견뎌야 하는 사례가 있었고, 샤워시설이 지하 구석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 캠퍼스의 방대한 면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개선된 이후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 교내 건물 총 166곳 가운데 휴게실이 있는 건물은 90개에 불과했다. 76곳(45.8%)에는 휴게실이 없었다. 절반에 가까운 건물의 청소노동자들은 쉬려면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

숙명여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숙명여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다른 대학은 더욱 심각했다.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다른 대학의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를 고발했다. 숙명여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아직도 계단 아래 작은 공간에 있었다. 숙명여대 학내노동자 학생연대 TF팀은 "숙명여대 과학관 휴게실은 휴게공간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공간으로, 계단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고 내려갈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잠깐 쪽잠조차 잘 수 없고 구조상 중간의 기둥 때문에 편하게 누울 수도 없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성공회대 아침햇살은 성공회대 정보과학관 미화 노동자 휴게실 내부는 에어컨도, 창문도 없어 여름에 장마철이면 곰팡이가 자주 핀다고 전했고, 홍익대 미술학관 F동 6층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원래 학생 화장실이지만 휴게실이 없어 청소 노동자가 쓰고 있다고 전했다.

성공회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 성공회대 아침햇살 제공
성공회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 성공회대 아침햇살 제공
홍익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홍익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숙명여대 학내노동자 연대 TF팀은 "노동자들의 생활공간을 방문 후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자보를 작성하고 학내에 게시해 숙명여대 총무구매팀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휴게실 환경감사통과' 등의 이유로 '반영이 어렵다'는 답변을 늘어 놓았고 학내노동자에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고려대 본관 농성에 돌입했던 고려대 미화용역업체와 주차업체가 시급 400원 인상, 샤워실·휴게실 개선요구 등 주된 내용을 합의하고 23일만에 농성을 풀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숙명여대, 인덕대, 카이스트, 동덕여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사업장의 청소, 경비, 주차 노동자들이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아직 투쟁중이며 8개월이 넘었지만 4개 사업장만 합의 된 상황이라고 전한 바있다.

고려대 용역업체와 연대해 함께 투쟁했던 고려대 고대문화 편집위원회는 연대했던 이유를 "노학연대의 의미 같은 것을 생각해서 결합했다기 보다 그저 우리가 같은 공간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관을 점거한 조합원들의 식사를 챙긴 조합원들이 우리 학생들이 먹을 것까지 넉넉하게 가져오셨던 게 기억난다"며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한, "여전히 다른 학교의 청소주차 경비 노동자들은 투쟁 중인데 상호의존성의 가치가 노동자들을 살게 하고 결국 우리도 살게 할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연대하겠다"고 전했다.

공동행동 김민지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연구자는 "건물을 계획할 때 우리는 그 집단의 주요 '구성원'을 '주사용자'라 지칭하며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쾌적하고 밝은 곳에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은 건물 설계 단계 뿐만 아니라 건물 사용단계에서도 건축물의 사용자 범주에서 배제돼 왔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의 존립 근거는 교육, 연구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공공선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큰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6~80년대 대한민국의 학생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2019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3주기 학생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틀 연속 쏟아진 장대비로 서울대 내 일부 장소가 침수돼 갑작스레 취소됐다.

공동행동과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주 내로 회의를 열어 후속 일정을 상의하고 계속해서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대학들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대학이 책임지고 처우 개선 진행하라 ▲샤워실을 설치하고 휴게공간 개선하라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 보장하고 노동강도 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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