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불평등을 없애지 않는 한 재난은 멈추지 않는다

폭우 인명피해는 약자를 내모는 한국 사회 구조가 만든 참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비롯 177개 단체 추모주간 선포
서울시의회 앞 시민분향소 설치, 19일 저녁 7시 추모문화제 진행

  • 기사입력 2022.08.16 16:46
  • 최종수정 2022.08.17 13:49
  • 기자명 서비스연맹

8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수도권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넷이 반지하 거주자이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비구름이 남부지방에 몰리며 재난 진행 중인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안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는 상황에 자택에 머무는 태만의 극치를 보였다. 집권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해 현장에서 각종 망언으로 포털 메인을 도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일몰제를 내놓으며 면피에 급급하다. 

이번 폭우로 대한민국이 기후 위기 앞에 무정부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권이 이처럼 무책임 행보로 일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재난을 만든 진짜 원인,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피해는 주거 취약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발달장애인, 저임금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이러한 참사가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뜻을 모았다. 16일 오전 11시, 용산 집무실 앞에서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추모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민주노총
16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추모선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이번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너머서울, 민달팽이유니온, 빈곤사회연대, 서울민중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177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 민주노총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 김준 기자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대표가 여는 발언으로 윤석열 정부가 약자를 살피는 정책을 제대로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지하에서, 약자로 사는 것도 서러운데 왜 대한민국은 재앙이 나면 약자들부터 희생되는가"라고 규탄하며 그 원인을 "부유층의 이익만 대변하는 데 혈안이 된 정부"라고 지적했다. "21년 동안 장애인 권리 보장을 요구할 때마다 권력자들은 늘 예산이 없다고 했다, 부자 감세를 하면서 예산이 없다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정책"이라며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고 외쳤다.  

추모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재발방지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추모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재발방지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준 기자

탁미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 역시 "이번 참사의 피해자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발달장애인 지원제도의 미비함을 짚었다. 발달장애인은 평생 지원이 필요함에도 이를 전적으로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사회 취약계층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탁 부회장은 "반복되는 참사에 눈 돌리고 귀 막지 말고 정부의 역할을 다하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안이함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 민주노총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안이함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 김준 기자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관악구 반지하에서 일가족과 참변을 당한 백화점면세점노조 전임간부 홍00 총무부장을 추모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고인은 열성적인 활동가이며 발달장애인 언니, 초등학생 딸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꾸려가고 싶어 했던 노동자"였다고 회상했다. 또한 고인을 구하려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노조 동료들의 증언을 전하며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구조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했었는지 지적했다. 

아울러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어가던 그 시각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비싼 고층 아파트에 머무는 것 이상 이하도 하지 않았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방만 대응을 성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침수 다음날 현장에 방문해서도 "아, 주무시다 돌아가셨구나. 그런데 왜 미리 대피하지 않았나요" 등 급박했던 상황에 무관심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후 피해 현장을 배경으로 한 카드 뉴스를 배포해 "국민이 생명 잃은 현장을 홍보 수단으로 쓰느냐"는 경악을 샀다. 

강규혁 위원장은 "고인의 장례 중 대통령과 집권여당, 서울시 책임자 그 누구도 추모하는 자리에 오지 않았다"며 집권 책임자들의 무대응, 무책임을 규탄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우리는 살고 싶다" 구호를 외치며 재난에 약자를 내몰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 여러분이 함께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이어 이강훈 주거권 네트워크 변호사가 한국 주거 정책이 참사의 주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했다. "선진국 대부분 채광, 습도 등을 고려해 반지하 건축, 주거를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며 반지하 주거 실태를 짚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공공임대주택 대폭확대와 근본적 주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공공임대주택 대폭확대와 근본적 주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김준 기자

이강훈 변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즉흥적으로 내놓은 반지하 일몰제, 공공임대주택 제공 정책이 왜 실효성 없는 정책인지도 분석했다. "반지하 건축 금지 정책은 2010년부터 이미 있었으나 무효했으며" "공공임대주택 23만 호를 약속했지만 실제 서울시가 재건축할 수 있는 수효는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지하 거주자 문제에만 골몰해 고시원 등 비주거시설에 사는 시민들이 보호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강훈 변호사는 "주거 문제는 서울시 차원에서 즉흥적으로 던질 게 아니라 정부 부처 전체가 깊이 숙고해 장기적으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시가 아닌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윤영 기초법공동행동 활동가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함을 비판하고 있다 ⓒ 민주노총
김윤영 기초법공동행동 활동가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함을 비판하고 있다 ⓒ 김준 기자

김윤영 기초법공동행동 활동가 (빈곤사회연대)는 이번 수해 참사자가 모두 기초수급피해자였다는 데서 더욱 황망함을 느낀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현행 주거급여법상 SH와 IH가 주택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으며, 주택 구조와 안전성을 조사하게끔 되어있다"며, 정부가 현행법으로 확보한 정보조차 기초생활수급자 복지를 위해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김윤영 활동가는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정책을 내놓는 상황을 규탄하며, 즉흥적인 정책으로 반지하에 사는 이들을 대책 없이 내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어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이 더욱 치명적으로 변하고 있는 기후재난에 맞서 서울시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 비판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 들어 있는 각종 규제 완화를 손꼽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을 "기후재난에 더 취약한 도시, 기후악당 도시"로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무대응은 윤석열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주거환경 정비, 도시계획, 스마트기술 등 모든 역량을 결집해 침수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표가 무색하게도 윤석열 정부의 공공영역 축소와 부동산개발사업 규제 완화 기조는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 민주노총 
16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추모선포 기자회견'에서 마무리 발언하는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 김준 기자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김진억 너머서울 본부장의 마무리 투쟁 발언과 각 정당 및 참여단위의 릴레이 추모 발언,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은 16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을 재난 불평등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를 16일 오후 1시부터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하며, 다가오는 19일 (금) 저녁 7시에는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16일 오후 1시 서울시의회 앞에 폭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가 마련되었다 ⓒ 민주노총 
16일 오후 1시 서울시의회 앞에 폭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가 마련되었다 ⓒ 민주노총 

아울러 일주일 후 23일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요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정부와 서울시의 안이한 대응을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 역시 준비 중이다. 

16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추모선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16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추모선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시민분향소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시민분향소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시민분향소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시민분향소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 김준 기자
16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추모선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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