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낙태죄 끝났지만, ‘입법공백’으로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안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출범식
임신중지 건강보험 전면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 7대 요구

  • 기사입력 2022.08.17 20:16
  • 최종수정 2022.08.17 20:32
  • 기자명 조연주 기자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이 17일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열렸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이 17일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열렸다.

낙태죄 효력 상실 후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그 이후 입법 공백으로 인해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낙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 의료 체계 등을 마련하는 등 여성의 성적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이하 모임넷)’가 출범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이 17일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열렸다. 모임넷은 여성, 장애, 건강, 인권, 노동, 보건의료단체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연대체다. 오늘 출범식은 연대단위에서 약 30명의 활동가들의 참석속에서 진행됐다.

모임넷은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활동하던 연대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의 후신이다. 모임넷은 “낙태죄의 효력은 사라졌지만, 우리의 권리는 아직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 보건 당국, 관련 책임부처의 무책임한 방기 속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와 권리 보장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21년부터 형법상 '낙태의 죄'의 법적 효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어디에서도 안전한 임신중지(낙태)에 관해 체계적으로 정리된 공식 정보를 찾을 수가 없고, 많은 병원들이 정확한 상담과 책임있는 진료를 회피하며, 임신중지가 필요한 이들은 감당할 수 있는 병원비와 유산유도제를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모임넷은 지적했다.

모임넷은 출범식에서 7가지 요구를 내세웠다. ▲임신중지 관련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전면 적용 ▲유산유도제의 조속한 도입과 접근성 확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종합 정보 제공 시스템 마련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교육 실행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체계 마련이다.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나영 활동가는 “지금 한국에서 임신중지를 하는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모든 문제는 ‘낙태죄’가 ‘입법 공백’인 상태에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헌법재판소가 주문한 개정 입법 시한이 만료돼 2021년 1월 1일부로 임신중지가 전면 비범죄화가 되었음에도 정부와 국회, 보건의료 기관 등이 그에 따른 공적 시스템을 마련 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책임의 공백’으로 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회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책임이 있는 정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관계 부처와 각 지자체에 찾아가 권리 보장과 불평등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요구할 것이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해 달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이 17일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열렸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이 17일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열렸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대발언에 나섰다. 출범식에 연대단위로 참가한 민주노총은 이후 여성위에서 모임넷 참여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 부위원장은  “법은 폐지됐지만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 중지권도, 성평등한 노동환경도 쟁취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그동안 임신중지가 범죄시되면서 여성노동자들은 법과 제도에서 보장 받지 못했고, 도덕적, 윤리적 공격을 받으며 제대로 휴식권이나 업무 강도의 완화를 포함한 권리 또한 보장받지 못했다.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도 제대로 된 후속 법률이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여전히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임신중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올해 성평등 모범 단체협약안을 채택하고 이것을 실질화 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중이다. 민주노총은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편적 노동권이자 인권으로 확대하기 위한 내용을 투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위해 물리적으로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을 포함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터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적극 대응하며 모든 사람이 차별과 폭력,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두의 안전한 임시중지를 위한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보편적 인권이자 노동권으로 확장돼야 한다. 정부는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의료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모든 사업장에서도 권리로 인식되고 자리잡혀야 한다. 민주노총은 성과 재생산권리를 일터에서부터 확대하기 위한 투쟁과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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