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학교 과학실의 '그분', 저는 과학실무사입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5-1]
청주 한벌초등학교 과학실무사 하주영 선생님

  • 기사입력 2022.08.24 14:51
  • 기자명 신재용 기자 (교육공무직본부)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기자가 중학생 때는 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두 분 있었다. 한 분은 과학교사였는데, 다른 한 분은 어떨 때는 보이고, 어떨 때는 보이지 않았다. 그분은 과학실에 가면 종종 볼 수 있었다. 실험할 때 현미경이나 용액, 스포이트, 비커 등을 세팅해놓거나, 과학 선생님이 교실에서 수업할 때 무언가 빼먹고 온 게 있어서 그분에게 전화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자료나 다른 것을 가져오곤 했다.

그분은 수업을 한 적이 없었고, 과학 선생님이 안 계시면 와서 자습을 시키거나 다른 영상 자료를 보여줬다. 그때는 ‘과학 선생님 두 분이 각자 수업하고 시간 남으면 와서 도와주기로 했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분은 과학교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수업권이 없고, 학생들과 직접 만날 일이 적고, 실험을 준비하고 도구를 관리하는 게 주요 업무였기 때문이다.

이 직종이 바로 ‘과학실무사’다. 1983년부터 과학교사의 업무경감을 위해 수업과 실험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채용됐다. 직종이 생긴 지 오래됐음에도 학교 학생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라니, 왜 그렇게 됐을까? 그분은 왜 아무도 모르게 일하고, 왜 이름조차 알리지 않은 채로 학생들과 함께 지냈을까? 교육공무직 노동자 다섯 번째 인터뷰로 과학실무사 하주영 선생님을 8월 19일 오후 학교 과학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하주영 선생님은 주 업무가 과학 업무지만, 직종통합으로 인해 현재의 정식명칭은 ‘교무실무사’다).

청주 한벌초등학교 과학실무사 하주영 선생님. 입사를 과학실무사로 했고 주 업무도 과학 업무지만, 직종통합이 돼서 현 명칭은 ‘교무실무사’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과학실험을 준비하고,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실험도구와 기자재, 약품 등을 관리하는 역할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청주 한벌초등학교에서 일하는 하주영입니다. 2020년 3월 1일에 전보가 시행돼서 한벌초로 왔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3년째 일하고 있고, 과학실무사로는 2004년 8월 25일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Q. 사람들이 ‘교육공무직’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과학실무사’는 굉장히 낯선 직종입니다. ‘과학실에는 과학 선생님만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들 많이 하시겠죠? 과학실무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과학 수업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는데, 과학 수업할 때의 준비물을 미리 사서 교육과정에 맞게 준비하는 역할을 해요. 과학 선생님이 수업하러 오실 때 미리 세팅해두죠. 과학 수업에 들어가서 지원하는 역할도 해요. 예전에 비하면 알코올램프 실험 같은 약품 실험이 줄었어요. 그런 위험한 실험을 도와드리긴 하는데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해요. 어지간하면 옆에 대기하는 역할을 많이 하죠. 실험이 끝나면 약품이나 실험 도구들을 설거지하는 것처럼 정리하죠. 실험기구 닦고, 약품을 썼으면 약품 대장에 기입해요.

써야 하는 장부는 전보다 많이 줄었는데, 과학실험실에서는 안전관리점검표, 독극물관리대장을 기본적으로 작성해요. 실험 폐수 관련된 것은 3~4월에 교육청에서 학교로 공문을 보내요. 학교마다 폐수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는 건데, 제가 작성한 대로 11~12월에 수거해가요. 예전에는 수기로 장부를 많이 썼어요. 매일 과학실험 일지를 썼고, 소모품 장부, 비품 장부를 종이를 넘겨 가면서 일일이 썼는데 전자화가 많이 됐죠. 큰 교구는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 등록하고, 관련 법상 써야 하는 장부는 독극물관리대장, 안전관리점검표 정도죠.

Q. 여러 대장이나 점검표를 쓴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물질이 많다는 의미겠죠. 과학실험을 하면서, 또는 위험 물질을 관리하거나 폐기하면서 겪었던 일이 있었나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수업하는 건 아니지만, 준비하고 정리하면서 생기는 일이 있어요. 저는 크게 위험한 일은 없었는데, 오랜 기간 과학실에서 약품을 취급하다 보니 염산 같은, 약품을 준비하면서 간지러울 때가 있어요. 장갑이나 마스크를 끼고 일해도 바로 피부에 반응이 오더라고요. 20년 가까이 약품을 만지다 보니까요. 유리가 깨져서 손을 많이 다치기도 하죠.

알코올램프 실험을 할 때 사고가 잦아요. 알코올이 잘 안 보이거든요. 불이 붙는데, 불을 끄다가 불이 더 커질 때도 있어요. 산소만 차단하면 되는데 아이들이 당황하다 보니 불길이 더 번져요. 이런 안전사고가 잦아서 교육과정이 많이 바뀌었어요. 교육과정이 바뀌었고, 내년에 또 바뀔 예정이에요. 실험이 줄고 약품이나 기초 기자재, 도구 대신 일회용 키트를 쓰거나 약품을 쓰지 않고 대체할 수 있는 거로 바뀌는 추세예요. 교실에서도 할 수 있죠. 예를 들면 기체를 발생시키기 위해 썼던 염산이 식초, 식소다 등으로 바뀌었죠. 실험 폐수도 많이 나오지 않는 편이고 물에 흘려보내도 되고요. 안전을 생각하면 많이 좋아졌죠.

Q. 유해한 물질을 다루는 사람은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되는데요. 특수건강진단을 받고 있나요?

충북에서는 올해 3년째 받고 있어요. 과학실을 대상으로 한 특수건강진단은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해서 충북, 대전에서 시행했고, 그 뒤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중인 거로 알아요. 처음에는 열심히 하더니 어느샌가 요식행위가 된듯한 느낌이 들어요. 교육청에 검진을 제대로 하라고 건의해야 할 듯해요. 꼬박꼬박 받고는 있지만요.

특수건강검진뿐 아니라 알코올램프에 메탄올이 들어갔는데 이게 에탄올로 바뀌는 등 약품이 (안전한 쪽으로) 많이 바뀌긴 했어요. 나프탈렌도 쓰지 않고요.

산업안전보건법상 일하면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사람은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유해인자란 화학적, 물리적인 사고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요소나 물질을 말한다. 여러 화학물질뿐 아니라 금속, 분진(먼지), 소음, 진동, 방사선, 일하는 곳에서의 기압의 높고 낮음, 자외선 등 여러 광선, 야간작업도 유해인자다. 과학실의 유해한 물질이 안전한 물질로 바뀌는 추세라고는 하나, 유해인자인 화학물질이나 금속이 여전히 있으므로 과학실무사는 특수건강진단 대상이다.

하주영 선생님이 일하는 과학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Q. 실험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이들이 과학 실험하는 걸 좋아해요. 과학이라는 게 이론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실험을 직접 하고 결과가 다르더라도 그 과정을 배우면서 기억을 더 잘하거든요. 직접 해서 결과가 나오는 것과 이론적으로만 아는 거는 다르죠. (실험이 줄어드는 건) 아이들한테 손해죠. (실험도구가) 1회용 키트로 바뀌면서 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도달하기보다는 간단한 것 위주, ‘만들기’처럼 바뀌었죠. 고등학교는 실험을 거의 안 하고, 중학교 때 했던 게 초등학교로 내려왔고, 그마저도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과학실무사 입장에서는 위기의식이 있죠. 직종을 통합한 것도 위기의식이 있는데, 실험도 없어지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거죠.

Q. 직종이 통합되면서 과학 업무 외의 업무를 하는 거로 아는데, 지금은 어떤 업무를 하나요?

주 업무는 과학인데, 과학 쪽 선생님들은 정보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해요. 학교 홈페이지랑 교직원용 메신저를 관리해요. 예를 들자면 교직원이 바뀌면 계정을 새로 등록하고요. 프린터 토너 구입 및 관리 일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업무를 많이 받지 않았어요. 일을 제가 많이 뗀 거죠. 처음 이 학교 왔을 때는 사서 업무를 하라고 했어요. 학교에 사서가 없는데, 교무실무사가 왜 사서 업무를 해야 하냐고 교육청에 연락하고 교장, 교감 선생님께 말해서 업무에서 뺐죠. 통합된 직종의 업무도 아니고, 사서 업무를 하라는 건 황당했죠.

지역마다 다르지만, 교육공무직은 30~100개 직종이 있다. 이 중 교육지원을 하거나 교육행정업무를 하는 직종은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 '과학실무사', '전산실무사' 등이다. 각자 고유 업무가 있는데, 일부 교육청은 이 직종들을 한 직종으로 통합해서 운영하거나, 신규채용할 때 하나의 직종으로 뽑은 뒤 학교 실정에 따라 교무실 업무, 행정실 업무, 과학실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운영한다. 얼핏 보면 합리적일 수 있으나, ‘학교장 재량’에 의해 고유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업무가 전가될 위험이 있다.

충북은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전산실무사를 ‘교무실무사’로 통합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당사자의 의사를 묻고 동의를 받으면서 직종통합이 됐으나 당시를 기억하는 당사자들은 동의 절차는 형식적이었을 뿐, 학교에서 크고 작은 강압이 있었다고 말한다. 직종통합을 하라고 교장실로 자주 부르거나, 관리자가 필요 이상으로 직종통합을 권하거나 눈치를 주는 일 등이 많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과학실무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역시 직종통합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ohmynews> 에도 연속기고 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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