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손배소는 원청의 하청노동자 죽이기" 노동·시민사회·학생단체 하이트진로 규탄

노조측 한발 양보했지만 교섭 여전히 미진
"하이트진로는 당장 직접 교섭에 응하라"
민주노총, 노란봉투법 제정에 총력 투쟁 예고
31일, 하이트진로 본사 앞 결의대회 예정

  • 기사입력 2022.08.26 17:39
  • 최종수정 2022.08.26 17:47
  • 기자명 김준 기자
18일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노조파괴 규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손해배상청구로 노조를 와해시키고 하청노동자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사례가 늘자 140여개 노동·시민사회·학생단체가 연대해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하이트진로에 더욱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는 지난 16일,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과 1층 로비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작년 12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건 132명의 하청노동자 해고와 27억의 손해배상청구였다. 이에 목숨을 걸고 옥상에 오른 것이다.

이후에도 하이트진로가 뚜렷한 대답을 보이지 않자 하이트진로 지부는 24일 오전 성명을 통해 옥상을 제외, 1층 로비 점거농성을 풀며 "하이트진로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위해 로비농성을 해제한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지부는 27억 7000만원 가량의 손배가압류 철회와 해고자 복직 약속만 이뤄진다면 그 외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위해 하이트진로 지부측이 농성을 해제하며 한발 양보했지만, 사흘 째인 지금까지 하이트진로와 완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손배 소송도 유지중이다.

그 가운데 지난 19일 정의당, 24일 진보당과 민주노총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에 연대성명을 발표한 것에 더해, 26일 140여개의 노동·시민사회·학생단체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덕기업 하이트진로를 규탄한다! 지금 당장 교섭에 나서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문
성명문

이들은 하이트진로가 27억 손배소를 청구한 것에 대해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2010년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과도한 손배소 청구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례를 들며 "여전히 손배소 문제에 대한 해결에는 진전이 없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도 노사 간 임금인상 협상이 타결되었음에도 사측은 하청노동자에게 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배소로 협박하고 있다. 이처럼 절박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노란봉투법'과 같은 안정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7월 23일 협상을 마친 대우조선도 파업을 참여했던 하청노동자에게 500억 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의당과 진보당, 민주노총이 하청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진보당은 성명을 통해 "손해배상 폭탄으로 무려 30명 이상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온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총 청구금액이 2015년 1691억원(17건), 2016년 1521억원(20건), 2017년 1867억원(24건) 등으로 노조가 감당할 규모를 훌쩍 넘어선다.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노동자의 30% 이상이 '자살을 생각'했고, 50% 이상이 인사고과에 불리한 평가를 받았으며, 소송과정에서 조합원 50% 이상 감소한 응답도 74.1%에 달할 만큼 굵직한 파업 이후 노조는 엄청난 후과에 시달린다" 전했다.

정의당은 "하이트진로는 운송료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하청 화물노동자와 교섭에 나서기는커녕 28억 손배가압류를 청구하고, 화물노동자 130여명을 계약해지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무력화하고 ILO비준협약 마저 무시하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노동탄압이다" 전했다.

민주노총 또한 24일 성명문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는 명목상으론 사측이 입은 손해에 대한 회복이지만 본질적으론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절대악이다. 민주노총은 2015년 발의하고도 진전이 없었던 '노란 봉투법' 제정을 2022년 하반기 주요 쟁점으로 투쟁할 것이며, 전 조직의 힘을 집중시켜 반드시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예고했다.

이번 노동·시민사회·학생단체의 공동성명문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41% 증가했다. 그에 비해 화물노동자들은 빚더미에 앉고 있다. 15년 째 동결된 운송료에 기름값 마저 폭등했기 때문이다. 11년 째 하이트진로의 화물기사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새벽 6시부터 공장에 출근해 하루 12~14시간 일해도 한 달 수입은 50~100만원 남짓이라 말했다. 월 800만원을 벌어도 화물차 할부금 340만원, 기름값과 도로이용료 380만원을 제하면 남는 돈이 없다.

버티다 못한 하이트진로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하이트진로 하청업체인 수양물류와 운송료 협상을 시작했다. 거리당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했다. 하이트진로 지부 노동자들은 맥주공장 화물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고도 30% 낮은 운임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민사회·학생단체는 화물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 하이트진로가 당장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하이트진로는 손해배상 소송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철회할 것 ▲해고 조합원을 복직시키고 운송료 현실화 시킬것 ▲하이트진로는 노조탄압 말살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8월 31일 오후 2시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원청사용자성 인정! 손배가압류 철회! 노조법 개정! 하이트진로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명서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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