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부산 영어상용도시? 영어'남용'도시 될라

110여 개 단체, 영어상용도시정책반대 연합 구성
영어상용도시 실정법 위반
외국인이 가장 보고 싶은 것은 한국적인 문화

  • 기사입력 2022.09.20 17:49
  • 기자명 김상정 기자 (전교조)

 

▲ 부산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한글단체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반대 국민연합(국민연합)’을 꾸리고 정책 철회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연합
▲ 부산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한글단체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반대 국민연합(국민연합)’을 꾸리고 정책 철회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연합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함께 '부산 영어상용도시' 추진을 본격화하자 전국을 비롯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활동에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예산 및 행정력 낭비와 부산시민들에서 상처만 안겨 줄 정책은 바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2030년 세계 박람회를 앞두고 부산영어상용정책을 내놨다.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부산에 온 외국인과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외국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달 2일, 부산시와 부산교육청은 업무협약식을 갖고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한 4대 전략으로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를 내놨다. 특히 영어 공교육 혁신을 위해 ‘부산형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영어 교원 전문성 강화 및 원어민 교사 확보·관리, 교육과정 내외 영어교육 활성화, 영어 동아리 운영 지원 및 국제교류 등으로 영어 체험프로그램 확대’ 등의 계획을 밝혔다.

영어상용도시 실정법 위반 논란, 110개 시민단체는 즉각 철회 촉구 

부산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한글단체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반대 국민연합(국민연합)’을 꾸리고 정책 철회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어기본법 거스르며, 예산 낭비, 시민 불편 부를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 교육 도시 부산’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연합은 부산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실정법인 국어기본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국어기본법 제4조 1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사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제14조에는 공문서 등은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한글로 작성하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영어상용정책 추진으로 해당 법 규정을 어길 가능성은 커졌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는 지금도 공문서에서 외국어 남용이 가장 심한 지방자치단체라고 지적하며 “부산시장은 국어기본법을 살펴보고, 영어 상용도시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영어마을 늘리고 국제학교 설립한다고? 

부산시와 교육청은 5개 권역에 영어교육 거점센터 구축과 2025년~2026년 중 내국인학생도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을 영어 체험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식당 메뉴판, 관광 안내서,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도 영어 표기 사용 예정이다.

 

▲ 지난달 2일, 부산시와 부산교육청은 업무협약식을 갖고 영어상용도시 부산 조성을 위한 4대 전략으로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를 내놨다.   ©부산시 제공
▲ 지난달 2일, 부산시와 부산교육청은 업무협약식을 갖고 영어상용도시 부산 조성을 위한 4대 전략으로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를 내놨다.   ©부산시 제공

박용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지금도 사기업이 운영하는 영어마을에 부산지역 초 6학생들이 부산시교육청 예산으로 의무적으로 가고 있다. 교육적 효과는 거의 없고 사기업 배불리기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5군데를 더 늘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34만 명 부산지역 유초중고 학생을 위한 보편교육에 앞장서야할 부산시교육청이 국제학교에 입학하는 몇백 명의 특권교육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하며 부산영어상용도시 정책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영어상용도시? 현실은 '부산 영어남용도시'

19일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부산은 현재도 시설이나 지역 이름 중 영어 이름이 엄청나다. 지자체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이것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라며 “이는 많은 시민의 안전과 의사소통, 그리고 공적 정보를 얻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끼칠 것이고 결국 ‘영어남용정책’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2030세계 박람회를 겨냥한 거라면 인력을 따로 뽑아서 훈련을 시키면 될 일이지 부산시민들에게 요구할 사항은 아니라며 외국인들이 보고 싶은 것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다.”라고 강조하며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성과는 못 거두면서 그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는 정책이다.”라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영어상용반대 국민연합(110여개 단체)은 오는 10월 6일,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연합은 '부산영어상용도시 정책반대 전 국민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서명 결과는 규탄 집회 당일 시민 여론조사와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정책은 부산시민들과 전 국민의 반대여론 속에서 '영어남용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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