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신당역 스토킹 살해' 이면에는 성차별적 노동현장 있어···여성노동자 증언 이어져

민주노총,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

  • 기사입력 2022.09.26 16:30
  • 기자명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신당역 스토킹 살해사건'로 인해 여성노동자 일하는 공간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 가운데, 여러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성차별과 성희롱, 젠더 폭력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여성이 사회 전 영역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 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은 “일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촘촘하고 구조적으로 존재하고, 그로 인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용인 되고 있다”며 “사업주와 정부가 만들어 낸 차별적 태도는 조직문화를 성차별적으로 만들고, 고객과 이용자, 구독자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성의 안전한 일터가 사회안전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요구한다. 여성은 일터에서도, 출퇴근 시에도, 가정에서도 일상적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야기하는 것은, 일상적인 위협 속에서 하루 종일 긴장과 두려움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여성노동자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성 방문 노동자가 집을 열었을 때, 문 뒤편이 두렵다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다. 민원인이 다가올 때 날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라고 전했다.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에 대한 서울교통공사가 ‘여성 노동자를 야간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차라리 여성들에게 야간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라. 원인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지, (여성) 탓을 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사건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해야 대책도 올바로 쓰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귀 기울여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 솔루션지회장은 가전을 유지관리하는 여성 매니저들이 속옷 차림으로 있는 고객들, 매니저의 등 뒤로 와서 스킨십을 하는 고객, 점검하는 동안 성적인 농담을 하는 고객들, 방문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하면 성희롱성 문자를 보내는 고객들을 마주하면서도 사실상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점검 매뉴얼에는 작업을 바로 중지하고 퇴실하고 나와서 사무소에 보고하라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것이다. 점검 후 고객에게 100% 보내지는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매우 불만이 나올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매니저 교체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여성인 사무소 내 다른 매니저나 팀장이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김 지회장은 전했다.

렌탈가전 유지 매니저가 받은 성희롱 메시지. 
렌탈가전 유지 매니저가 받은 성희롱 메시지.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여성언론인들, 특히 젊은 기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실태를 증언했다. 김 위원장은 “악성 댓글과 같은 가장 흔한 형태부터 성희롱성 댓글 외모 품평, 욕설 등을 달거나 전화로 괴롭히는 경우 온라인상에서 개인 신상 및 얼굴 공개, 박제, 조리돌림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언론노조 연구 결과, 괴롭힘을 경험한 여성 기자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는 물론이고, 기자라는 직업 자체에 무력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같은 폭력에 대해 조직적으로 나서는 언론사는 없다시피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숙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모 지역에서 자신의 민원을 우선해서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민원자가 낫을 들고 살해협박을 한 사례를 들며, 이같은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고 했다. 또한 “민원담당자의 성별에 따라 악성 민원인이 발생하는 빈도가 달라진다. 서비스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5년 차 이하의 젊은 여성 공무원이 민원을 맡게 되는 경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무원에 대한 폭력문제가 법률로도 지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후 처리에 관한 조항이 대부분”이라며 예방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정명재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도 발언에 나섰다. 당초 여성 철도노조 조합원이 기자회견에서 증언하기로 예상돼 있었으나, 신상이 밝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지부장이 대독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공적 발언 자체가 여전히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는 “신당역 살인사건을 듣고, 분노와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 죽음에는 고질적인 일터의 문제와 성폭력을 대하는 회사의 안일함, 사법제도의 허술함이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레일네트웍스가 회사 내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방관하는 현실을 증언했다.

끝으로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많은 여성들이 죽음 직전의 성적 괴롭힘에서 견디며 일하고 있다. 여성들이 겪는 직장내 성폭력에 대해 귀와 눈을 닫고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당과 이에 동조하는 가부장적 기득권 세력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안이 산재사망임을 인정하고, 성폭력이 사회의 안전과 일터의 안전을 해치는 중대재해임을 사회적으로 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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