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MB정부 일제고사 망령, 부활하나?

교육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부산 · 제주 전수 평가 추진
강원 · 충북 교육청 단위 '전수 성취도평가' 도입
일제고사 1998년 폐지, 2008년 부활, 2018년 폐지, 2022년 다시 부활?
세계 교육 흐름은 줄이거나 폐지 추세

  • 기사입력 2022.09.27 16:10
  • 기자명 오지연 기자 (전교조)
▲ 2008년 10월 8일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에서 서울 미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일명 ‘가림판’에 얼굴을 묻고 시험을 보고 있다. 당시, 337명의 학생이 현장체험학습을 떠나거나 등교한 뒤 시험을 치르지 않는 방식으로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 2008년 10월 8일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에서 서울 미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일명 ‘가림판’에 얼굴을 묻고 시험을 보고 있다. 당시, 337명의 학생이 현장체험학습을 떠나거나 등교한 뒤 시험을 치르지 않는 방식으로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교육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교육청이 ‘전수 학력평가’를 추진하고 있어 2018년 폐지된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교육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수 학력평가 실시’를 공약했다. 이후 6월 13일, 교육부는 9월부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하여 희망하는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내년에는 초 5·6학년과 중3, 고 1·2까지, 2024년에는 초3부터 고2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평가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교 자율 신청으로 못 박았으나 부산시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 필수 신청’을 학교에 요구했다. 교육감 공약을 이행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전교조 부산지부는 사실상 일제고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용환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가사무로 부산시교육감이 시행 방법을 바꿀 수 없다. ‘필수 신청’으로 교육감이 임의로 바꿀 경우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라면서 “교육부 질의 회신과 법조계 법률 검토를 받은 상태로 형사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교육청에 관련 입장을 3번이나 질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교 자율로 정했지만 내년부터 모든 학교가 응시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교육청은 11월부터 관내 모든 초4~중3을 대상으로 ‘2022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학교교육과정의 파행, 교사의 수업권 및 학생의 인권 침해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면서 “더군다나 이미 진행 중인 학교의 교육계획을 무시하고 당장 2학기 때부터 실시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도교육청과 체결한 ‘도교육청 주관 학력고사 미실시, 초등학교 일제형 평가 근절’ 등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 학생, 학부모,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 44%, 학생 33%만이 도교육청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보통이다’(교사 19%, 학생45%) 응답을 빼고 교사 37%, 학생 22%만이 반대 의견으로 찬성이 우세하다며 진단평가 강행을 밝히고 있다.

안상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여론조작 수준의 설문조사”라며 “강원도교육청은 전수 학업성취도평가가 폐지된 이유가 입시경쟁교육의 병폐를 조금이나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9월23일,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이 충북교육청앞에서 '시험지만 지원하는 진단평가 개선 말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증원 등 학생 교육을 지원하라'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전교조 충북지부
▲ 9월23일,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이 충북교육청앞에서 '시험지만 지원하는 진단평가 개선 말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증원 등 학생 교육을 지원하라'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전교조 충북지부

충북교육청은 지난 7월 ‘충북에듀테크 기반 맞춤형 교육을 위한 기초학력 진단평가 개선 방안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초1부터 고1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3월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12월 기초학력 향상도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전교조 충북지부가 충북교사 591명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진단평가를 일원화하고 지필평가 방식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 교사의 85.3%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하였고 ‘기초학력 향상에 실직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84.1%가 응답했다. 교사 69%는 ‘일제고사 부활’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교육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확대하고 부산, 강원, 충북, 제주 등 시도교육청의 전수 평가 정책이 추진되자 ‘사교육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평가 대비 문제집 출간이 줄을 잇고 실전 대비 테스트 서비스가 출시되는 등 학부모·학생 대상 상품판매가 성행 중이다.

▲ 포털사이트에서 학업성취도를 검색하면 관련 광고가 게시된다. 광고 이미지 갈무리.
▲ 포털사이트에서 학업성취도를 검색하면 관련 광고가 게시된다. 광고 이미지 갈무리.

일제고사는 1998년에 전국 학생을 점수대로 줄을 세우고 과외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폐지되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다시 실시되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일제고사의 극심한 부작용과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폐지하였고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중·고등학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하였다.

세계 교육개혁 방향은 일제식 시험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흐름이다. 학생들에게 지필시험을 보게하는 것은 교사의 교육적 선택을 제한하고 경쟁을 조장해 협력 및 공동활동의 기회를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가 2023년부터 전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중간고사를 폐지하고 캐나다와 미국의 지방정부에서도 표준화된 일제식 평가를 폐지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지원없이 진단만 강조되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보장의 만병통치약처럼 호도하며 확대하려는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라면서 “교육과정 안에서 느린 학습자를 지원할 정책이 시급하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교원증원, 행정업무량 감축, 교사교육권 강화로 교사가 학생교육에 집중하도록 하는 교육여건 개선이 우선이다. 학생들의 사회성과 관계성 회복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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