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불평등·양극화 해소, 기업별 노사관계 울타리를 넘어야”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 27일 양대노총·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공동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려

  • 기사입력 2022.09.28 16:13
  • 기자명 지산하 기자 (보건의료노조)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산업별 노사관계로의 체제 전환을 통해 불평등·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소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27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함께한 노동계와 전문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업 울타리로 한정한 낡은 노사관계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공감하면서, 토론회를 기점으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 체제로의 전환 등을 통한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회 안팎에서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하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를 포함해 많은 노조가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 체제를 전환하고 여러 노력을 통해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노조의 교섭 결과인 단체협약이 기업 내만 머무르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갈수록 유연해지는 노동시장에서 안정성 확보와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산업별 교섭의 제도화와 단체협약 효력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수 금융노조(한국노총 금융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산업 전환으로 금융산업을 포함한 전 영역에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불평등과 양극화는 가속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주를 이뤘던 기업 단위 교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파견 용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산별교섭 확대와 산별협약 효력 확장의 제도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 정부는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노조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전체 노동조합을 이 사회에서 고립·배제시키려 하고 있다”며 “금융노조 등 산별노조의 투쟁으로 노동시간 단축 등 우리나라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왔듯 오늘 토론회가 고질적인 기업별 노사체제를 허물고 초기업 산별교섭 체제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처음 설립됐을 때부터 산업별 노동조합 건설이 주요 과제였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민주노총이 최근 산업별 노동조합 강화 TF를 다시 구축했음을 알리고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개혁, 초기업 노사관계 구축에 민주노총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김동수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27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27일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는 토론회장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코로나 시기 속에서도 많은 수익을 남긴 대기업 집단보다 노조에만 양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듯하다”며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에서는 한계가 뚜렷하기에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안에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환노위)도 “노조법 개정을 통해 현재 지역으로 한정된 노동조합의 교섭 결과인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 제도가 산업, 업종으로 확장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기도 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환노위)은 “노동운동이 열심히 투쟁하면서도 겪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양대노총이 함께 토론회를 주최해 더욱 뜻깊다”며 “이번 21대 국회 환노위에 많은 분들이 큰 기대를 거시는 만큼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7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보건의료노조
27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보건의료노조

본격적인 토론회는 노동조합을 대표해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과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이 각 노조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초기업(산업별) 교섭과 성과, 향후 과제를 발제했으며, 이어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가 전문가로서 발제를 맡았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발제에서 먼저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보호자 없는 병원’ 운동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9.2 노정합의 등 보건의료노조가 기업별 노조를 넘어서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활동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주호 원장은 “보건의료노조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산업별 교섭에서 임금을 교섭해 120개 지부의 임금을 상향식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이뤘고, 매해 타결한 임금인상 기준이 영세한 병·의원에도 임금 인상의 주요한 기준으로 작동했다”며 “산업별 교섭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임금격차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주호 원장은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 체제로 전환을 위해 국회에 ▲사용자측의 산업별 교섭 참여 의무화 ▲사용자 측 권한과 책임 일치(사용자 단체 구성 의무화) ▲집단 조정을 위한 노동위원회 교섭단위 통합 ▲단체협약 효력 확장 등을 입법과제로 제시했다.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최초 주 5일제 ▲임금인상분 사회공헌사업 등 연대기금으로 활용 및 금융산업공익재단 설립 ▲사내근로복지기금 수혜범위 파견용역직까지 확대 및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저임금 직군 개념 도입으로 임금인상률 차등 적용 등을 금융노조가 산업별 교섭을 통해 이뤄낸 성과로 소개했다. 박한진 사무총장은 “금융노조도 개별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전환한 이후에야 금융산업 테두리 안에서 노동시장의 약자를 보호하고 영향력을 키워왔다”며 “취약계층 노동자를 산업별 노동조합이 보호하기 위해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별 노동시장 체제, 기업별 노사관계와 교섭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하청업체 등 ‘2차 노동시장’에 속한 노동자의 임금은 기성금·납품 단가 등에 심하게 제약돼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에 현저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는 2차 노동시장 노동자들의 노조를 설립할 권리,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 숙련을 인정받을 권리 모두를 제약한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산업별 노동조합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산별 노사관계 체제 실천전략”으로 1차·2차 노동시장 영역의 노동자 모두를 구성원으로 둔 산업별 노동조합이 점진적으로 임금체계를 단순화·통합하는 노력하는 동시에 ‘하후상박’식으로 노동시장 하단의 임금수준을 끌어올려 새로운  산업별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노조법 30조 3항이 국가 및 지자체가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만큼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를 위한 지원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오성 교수는 “현행 노조법 36조의 지역적 구속력 제도를 단체협약 적용 범위를 업종 등으로 개선, 확대한다면 초기업 노사 관계에서 협약한 임금 적용이 확대돼 불평등·양극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초기업별 협약으로 직종, 산업별로 노동조건이 표준화될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도 초기업별 교섭에 효능감을 느낄 것”이라며 현재 다수 지역의 버스 업종 등에서 지역별 집단교섭이 이뤄지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권오성 교수는 구체적인 초기업 교섭 촉진을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초기업별 교섭단위 결정 권한 부여(노조법 제29조의3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오기형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 황선자 중앙연구원 부원장, 김성혁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보건의료노조
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오기형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 황선자 중앙연구원 부원장, 김성혁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보건의료노조

발제에 이은 지정 토론자로는 오기형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 김성혁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정승국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소장, 권창준 노사협력정책관이 참가했다.

오기형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은 “산업별 중앙교섭에 대공장을 참여시키기 위해 대각선 교섭, 재벌사 공동투쟁, 공동 시기 공동 요구 투쟁, 부문별 교섭 등 전 조직적 투쟁을 전개하고 있지만 오늘날까지 현대자동차 등을 참여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또다른 대표적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산업별 교섭 상황을 설명했다. 오기형 조사통계부장은 대우조선 하청 파업 투쟁 등을 언급하며 “현 제도(기업별 노사관계) 내에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니 투쟁이 극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의 안정적 유지 측면에서도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의 불균형한 구조가 노동시장에 투여된 것”이라며 “원청·하청기업 간 관계가 정상화됐을 때 초기업 노사관계를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선자 부원장은 “디지털화, 탈탄소 등 산업 대전환의 시기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업, 산업별 노동조합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꼽기도 했다.

김성혁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초기업별 교섭단위 결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발제자 권오성 교수의 제안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중립적인 역할을 취해줄지 의문이고 노조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성혁 원장은 “전반적으로 기업별 노사관계를 상정한 현행 노동법과 노조법을 개정해 초기업 노조 활동과 교섭을 확장시켜가야 한다”면서 동시에 “플랫폼 노동을 비롯해 비정규직 단위 노동조합의 경우 교섭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돌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과도한 임금경쟁 압력, 경영위기 등 초기업 교섭에 대한 필요성이 분명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초기업 노사관계와 더불어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 정승국 고려대 객원교수, 황기돈 나은내일 연구소장, 권창준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보건의료노조
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 정승국 고려대 객원교수, 황기돈 나은내일 연구소장, 권창준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보건의료노조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교섭에 응하도록 해 산업별 교섭을 촉진해야 한다”며 “현행법에서 초·중등 교원의 노조 설립을 광역·전국단위에서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들이 연합해 교섭에 응할 의무가 명시되기도 한 만큼 이외 영역에서도 사용자들의 연합교섭 의무화나 사용자단체 구성 의무화 관련 법제화를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국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객원교수는 “지난 정부 고용노동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노동 의제로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나 산업별 교섭 법제화 등이 거론됐으나 실질적인 진행이 되지 않았는데, 새 정부는 두말할 나위 없이 관련된 판단에서 사용자 측 이해관계를 더 중요시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산업별 교섭 이행을 위해서는 노동조합 측에서 사용자들이 교섭에 참가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소장은 “각종 정부 위원회에는 참가하면서 교섭에서는 사용자단체가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습은 일종의 ‘모럴 해저드’이기에 사용자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일은 하루 빨리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서 “초기업 교섭 참여를 꺼리는 사용자들이 늘 이야기하는 이중교섭 등의 문제를 해소해주는 일도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제도화하고,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하는 등 산업별 교섭을 법제화했을 때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될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아래 임금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각종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효과가 담보될지 고민된다. ILO 협약과 충돌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예결위원장의 후원,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진, 윤건영, 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공동 주최로 나섰으며 보건의료노조와 금융노조, 이은주 의원실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기업 산업별 노사관계체제 전환 토론회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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