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홍석만의 NOT TODAY] 금리인상, 킹 달러와 세계시장재편의 역설 인플레이션 책임과 부담, 왜 노동자가 져야 하나?

  • 기사입력 2022.10.05 09:59
  • 기자명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
홍석만의 NOT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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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부담 전가
지난 9월 한국은행은 올해 7월 경상수지를 발표했다. 경상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85% 이상 급감했고, 상품수지는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8월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고 있어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수출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상무부는 올 7월 상품·서비스 등 무역수지 적자가 전월보다 12.6% 급감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최근 4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과는 정반대로 수출은 증가했고 수입은 감소한 덕이다.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달 대비 0.2% 더 증가해 한 달 만에 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고, 수입은 전달보다 2.9% 감소했다.

이런 무역 격차는 왜 발생할까? 미국이 수출 상품을 더 잘 만들어서일까? 아니다. 수출 환경과 조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로 환율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통화보다 달러화 가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 제품을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양의 제품을 수입하려면 더 많은 자국 화폐를 들여야 한다. 반면 미국은 더 작은 값을 치르고 같은 양의 제품을 수입할 수 있다. 킹 달러로 인해 미국 이외에 다른 모든 국가에서 수입 물가는 오르고 반대로 미국의 수입 물가는 떨어졌다.

한편, 강한 달러, 킹 달러는 단기적으로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하락에 기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이 국면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재편, 세계시장 재편을 가속화 하여 미국의 수출 주도권을 확대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가스 대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비싼 값을 주고 살 수밖에 없고, 국제 LNG 수요 증가에 따른 LNG 가격 폭등뿐 아니라 달러화 인상에 따른 LNG 가격 인상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인플레 감축법(IRA)으로 미국에서 전기자동차를 판매하려는 기업은 값싼 중국 부품 대신에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값비싼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미국은 킹 달러로 수입 물가가 떨어지는 대신 수출이 약화하는 일반적 경향을 거슬러 수출까지도 강력한 회복세를 보인다.

요컨대,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킹 달러는 미국에 수입 물가 하락과 경상수지 회복이라는 엄청난 이득을 주지만, 그 반대급부로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심화, 경기침체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킹 달러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흥국에서는 수입 물가 상승과 수출 축소뿐 아니라 경제위기 특히 외환위기 발생을 현실적인 우려로 만들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외환보유액 감소 금액 기준으로는 인도가 810억달러(111조원)로 가장 많고 태국 320억달러(44조원), 한국 270억달러(37조원), 인도네시아 130억달러(18조원), 말레이시아 90억달러(12조원) 등 순이다.

신흥국은 킹 달러 속에서 자국 환율방어를 위해 정책당국이 달러를 팔고 자국 화폐를 사들이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 다른 한편, 킹 달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외환보유액이 앉은 자리에서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 물론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달러와 함께 다른 기축통화국 화폐나 채권도 보유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일반적으로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외환보유고 중 다른 화폐와 자산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한 만큼 외환보유액은 줄어든다.

이처럼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환율방어 대응을 해도 줄어들고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줄어든다. 모두 킹 달러 때문이다. 달러 가치 상승 즉, 다른 화폐가치 하락으로 외환보유액이 하락하면 신흥국에서는 더욱 달러 수요가 증가해 달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경기가 불안해져 자국 화폐 가치가 다시 더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강세 국면이 지속되면 결국 외환보유액은 내 월급통장과 같이 소리소문없이 빌 것이고, 그럴 경우 헤지펀드의 투기적 공격에도 취약해 언제든 외환위기 닥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제금융시장 통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부담과 악영향을 다른 나라 특히, 신흥국에 전가하는 수단이다. 이것이 금리인상의 국제적 효과이다.

인플레이션 부담과 책임, 왜 노동자가?
파월 연준 의장이 시도 때도 없이 강조했듯,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름 아닌 실업률이다. 연준은 아직도 실업률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금리를 올해 말 4.4% 올리고 내년에 4.6%까지 올려 실업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3.7% 수준의 실업률이 내년에 4.4%로 오른 후 2025년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가정한다.

실업률 상승을 목표로 잡은 것은 그렇게 해야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수백만 명이 추가로 실직하면 새로 실직한 사람과 가족은 지출을 급격히 줄이고, 실직당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노동자와 가계의 임금 상승률도 정체될 것이다. 나아가 기업이 인건비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면 비용 인상을 가격에 전가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는 가정 때문이다. 이른바 ‘임금·물가 상승 소용돌이(wage·price spiral)’ 이론이다.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목표는 (국내적으로) 이처럼 실업률 상승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 내지는 축소하는 것이다. 또한 실업률 상승은 한계기업이 정리되어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생산 부문의 과잉자본 청산을 지시한다. 이처럼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 책임과 대책에서 노동자와 한계자본(과잉자본)에 책임을 묻고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금리인상의 국내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대책도 여러 가지 존재한다. 특히 이번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공급망과 코로나 봉쇄 등 주로 공급 측에 원인이 있다. 수요 측 원인이라 하더라도 소비수요를 감축하기 위해 노동자 임금 소득을 줄이는 방식 이외에도 세금 인상 등 여러 방법이 있고 정부의 가격 통제 등 다른 대책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팽창된 유동성으로 떼돈을 벌어들인 금융시장의 대자본과 인플레이션 아래에서 가격 인상으로 역대급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생산 부문의 대기업들에 책임을 묻고 부담을 지우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왜 노동자 임금 억제와 축소를 목표로 삼았을까?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자본의 새로운 순환과 축적을 위해 노동자 임금 동결과 축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은 직접적으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지급의 한계에 도달한 금융시장 내 과잉자본, 한계자본을 청산시켜 이자율 경쟁의 조건을 완화한다. 더불어 실업률 상승은 생산 부문의 과잉자본 청산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전체 시장의 과잉자본을 청산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인 과잉자본을 청산하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삭감해, 이윤율과 이자율 경쟁 조건을 완화한다. 이로써 위기에 빠진 자본의 새로운 순환을 가시화하기 위한 경제적, 기술적 기초를 다진다.

1970년대 후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 같이 금리인상은 반복되고 과잉자본이 청산될 때까지 여러 차례 부채위기도 반복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부담 전가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 우려는 더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실업 확대와 노동자 임금 동결 또는 축소로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시기도 길어질 전망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 자본을 위한 희생의 시간이 될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될지, 분기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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