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화섬식품노조, 법원의 '파리바게뜨 투쟁 문구 사용금지 가처분 인용' 비판 논평 내

"노동자는 입도 뻥긋 말라는 이상한 판단,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 기사입력 2022.10.07 18:27
  • 기자명 신동민 기자 (화섬식품노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은 파리크라상이 낸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 법원을 비판하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인해 노조는 파리바게뜨지회 농성 천막이 있는 SPC본사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 불법행위 중단! 휴식권 보장!’, ‘SPC파리바게뜨 여기 사람이 죽어간다’, ‘SPC 파리바게뜨는 불법행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 등과 같은 표현을 할 경우 1백만 원씩을 파리크라상에게 지급해야 한다.

노조는 6일 성명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 불법행위 책임자 처벌을 말하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법원은 자회사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본사와 동일 수준이라며 회사가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고 하는데, 왜 5년 전 불법파견 당시와 차별 상황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본사 급여명세서를 비교한 결과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이 본사에 비해 85%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김용균재단,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7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 임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SPC파리바게뜨는 2018년 합의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노조탈퇴 불법행위는 검찰로 송치까지 된 사실인데, 사회적 합의 이행 및 불법행위 중단 주장 등을 입에 담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은 국민의 기본적인 언로를 막는 것”이라며 “헌법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을 봉쇄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조는 “파리바게뜨가 사회적 합의를 지키고 노조 탄압을 중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 논평 전문


[논평]

서울중앙지법은 2022.10.4. ㈜파리크라상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등(이하 '노조')을 상대로 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법원은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파리크라상이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기 위해 유의미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파리크라상이 사회적 합의 이행 경과를 설명하면서 노조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파리크라상이 사회적 합의를 일정 수준 이상 이행했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이행했다는데, 왜 5년 전 불법파견 당시의 차별 수준은 그대로일까?

문제가 되는 사회적 합의 문구는 명료하다. ‘급여는 법이 정하는 요건에 따라 3년 내 파리크라상과 동일수준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파리크라상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3년이 되는 2021년 1월 11일에는 자회사 소속 노동자에게 파리크라상 노동자와 ‘동일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노력을 했다거나 의견을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거나 합의를 일정 수준 이행했다는 이유는 합의를 이행하라는 노동자의 입을 막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100을 주기로 했는데 80밖에 못 받았다면 나머지 20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약속대로 100을 달라고 말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최근 노조가 입수한 파리크라상 노동자의 급여내역서를 분석해보면 동일연차 동일직급의 제빵기사임에도 자회사 소속 노동자는 2021년 기준 파리크라상의 83%에도 미치지 않는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러한 격차는 2017년 불법파견 적발 당시 회사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의 격차 평균 83%(제조기사 기준)와 비교하여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018년 1월 ‘급여는 3년 내 파리크라상과 동일수준 적용’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할 당시의 차별 수준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법원은 본사 노동자와 자회사 노동자 사이의 차별을 방치하는 걸 넘어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조차 못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

근기법 위반을 말하면 안되고, 불법행위자 처벌도 입에 담지 말라는 이상한 판단

법원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거나 휴식권을 보장하라’는 말조차 못하게 막았다. ‘불법행위를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말도 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2018년 1월 11일 사회적 합의 이전에 있었던 사실을 들어 “파리크라상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2021년 3월 이후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를 의미하고 승진차별 및 노조 탈퇴 종용 등 불법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 노동위원회와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고, 법원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불법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거나 처벌해달라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자회사 노동자가 보건휴가를 바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노조가 휴식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휴식권을 보장해달라거나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는 당연한 요구조차 입 밖으로 내보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언로조차 막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

노조가 말하는 문구가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면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고소를 통해 실제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본안에서 가려보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도,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는 말도, 법에 보장된 ‘휴식권을 보장하라’는 말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언로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다. 우리 법원 역시 민주주의의 토대에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법원이 민주주의에 대항할 수 있을 때는 오직 소수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언로조차 막으려는 것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기본권 보장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2022년 10월 6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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