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밥 먹고, 잠자고, 휴식까지... 이 방에서 다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6-2]
대전외국어고등학교 당직전담직원 김용복 선생님

  • 기사입력 2022.10.11 14:38
  • 기자명 신재용 기자 (교육공무직본부)

*이전 기사 모두 퇴근할 때 홀로 출근해 학교를 지키는 저는 학교 당직전담직원입니다에서 이어집니다.

Q. 휴게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평일, 주말에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 시간 외에는 휴게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온전히 쉴 수 있나요?

평일 16시간 중 10시간, 휴일 24시간 중 15시간이 휴게시간인데 말이 휴게시간이지,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온갖 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이라고 봐야죠. 휴게시간을 과도하게 설정해서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휴게시간이라고 해서 찾아오는 전화나 민원인, 교사들이 업무를 부탁할 때 ‘휴게시간이니까 시키지 마세요’라고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휴게시간이라고 해도 일을 할 수 밖에 없죠. 휴게시간과 근무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하죠.

Q. 실제 휴게시간에 전화가 왔거나, 민원인이 찾아온 사례가 있나요?

가장 많이 접하는 사례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찾아오는 거죠. 학교에 두고 간 물건을 찾아달라는 경우가 많아요. 교실 문을 따주고 찾아가게 할 때가 많죠. 교직원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는데, 방과 후니까 돌려보내기도 하죠.

주말이나 휴일에는 공사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가서 문 따주고, 업체 사람들을 상대하죠. 작업하는 것을 안내해주고요. 휴일 휴게시간이라고 해도, 공사하는데 쉬기 어렵죠.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들리고요. 우리 학교가 방학 내내 공사를 했는데, 먼지에 소음으로 제대로 쉬기 어려웠어요.

좁고, 화장실과 개수대가 없고, 자거나 쉬기에 편하지 않은 당직실

Q. 휴게공간이 충분한가요? 대부분 학교에 당직실이 1층에 있는데, 외진 곳에 있거나 공간이 작아요. 학교에 남는 자투리 공간을 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처음부터 당직실 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요. 당직실 등의 시설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어떤가요?

이 방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휴식도 취하죠. (청소 직종과 함께 쓰는 분도 있는데) 다행히 청소 직종과 함께 사용하지는 않지만, 욕실이 없어서 샤워하기 어렵고 화장실도 당직실 밖에 있어요. 밤에 쉽게 잘 들지 못하는데, 자다 깨서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쉽게 잠을 이루기 어렵죠. 멀리 가야 하니까요. 그리고 화재경보기가 소리가 엄청 큰데, 이게 자는 중에 오작동하면 혼비백산해요. 그러면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얼른 안 돼요. 잠결에 듣는 거라서요. CCTV 모니터도 두 대가 있는데, 이 모니터 때문에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본체에서 나는 소음이나 기계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문제가 있죠.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분이 많아요. CCTV 소음이 낮에는 작지만, 밤이 되고 아무도 없으면 더 조용해지잖아요. 그때 ‘우웅’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더 잘 들려요. 모니터 빛도 밤이 되면 더 밝거든요. 너무 밝은 곳은 (휴게시간에) 모니터를 신문지로 가린다고도 해요.

침실과 근무실이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좁죠. 화장실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고, 샤워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주방(개수대)도 있어야죠.

그리고 격일 근무를 한다면 두 명이 하나의 당직실을 쓰니까 불편한 점이 있죠. 저는 큰 불편함이 없는데,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분 중에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요. 청결 문제가 크죠. 한 분은 지저분하고, 한 분은 깔끔하다면요. 청소를 안 한다던가, 어지럽히고 간다던가. 이래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죠. 저희 학교는 침구류와 옷장이 각자에게 마련되어 있긴 합니다만.

새로 짓는 학교는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데, 오래된 학교에는 없어요. 교실이나 관리실에는 신경 쓰지만, 당직실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죠. 학생들이 줄어드는데 여유 공간을 다시 만들어서 당직실 같은 곳을 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학교 당직실에는 사진에 있는 기기뿐 아니라 배전판, CCTV 모니터 등이 있다. 당직 근무하는데 필요한 기기들이지만, 여기서 나오는 소음이나 빛 등이 당직전담직원의 수면이나 휴식에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 학교 당직실에는 사진에 있는 기기뿐 아니라 배전판, CCTV 모니터 등이 있다. 당직 근무하는데 필요한 기기들이지만, 여기서 나오는 소음이나 빛 등이 당직전담직원의 수면이나 휴식에 영향을 끼친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은 근로감독관이 일할 때 필요한 사항이 담긴 규정이다. 이 중 제68조에 감시단속적근로자에 관한 조항이 있는데, 제68조에 정해진 기준을 만족해야 감시단속적근로자로 승인하여 근로기준법 일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규정 제68조 안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유해물질이나 수면 또는 휴식을 취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CCTV 등 당직실 안에 있는 기기에서 나는 소음으로 수면에 방해가 된다면 각 학교나 교육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휴게시간(수면시간 포함)이 근로시간보다 짧을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대부분 지역이 주중에는 학교 상주시간 16시간 중 6시간, 주말에는 24시간 중 9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주중에는 휴게시간이 10시간, 주말에는 휴게시간이 15시간인데,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길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 어긋난다.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시간이 평일 8시간, 주말에는 12시간을 초과하도록 교육청 내부 규정과 근로계약서가 바뀌어야 한다.

Q. 일하면서 뿌듯한 적이 있으셨는지요?

학생들이 뭔가 놓고 가서 멀리서 오잖아요. 늦은 시간에 찾아왔을 때, 문 따주고 같이 가서 노트나 책을 찾아가는데 학생들이 되게 고마워해요. 어린 친구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오는 고마움을 느낄 때, 아이들의 해맑은 순수함이 전해질 때 뿌듯하죠.

Q.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요?

일하는 시간에 비해 보수가 턱없이 적죠. 반도 안 되는 거잖아요. 상주 시간이 온전히 근무시간으로 인정이 안 되는 거니까요. 그러니 사기가 떨어지죠.

당직실 환경이 보시다시피 잠을 자기에 편안하지 않아요. 집에서 자는 것과 당직실에서 자는 것은 피로도가 달라요.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조금 더 자야 해요. 어떤 분은 이게 적응이 안 돼서 퇴직하는 분도 있어요. (당직실에서 자고 일어나면) 찌뿌둥하고, 정신이 맑지 않아요. 집에 가서 아침 먹고 1시간 정도 더 자요.

모니터링이 저의 업무니까 모니터는 못 빼겠지만, 화재 수신기 같은 건 밖으로 내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소리가 커서 밖으로 내놓아도 충분히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굳이 당직실 안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복도로 빼는 데 크게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닐 텐데요.

Q.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첫째로 ‘감시단속적근로자’ 규정이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근무시간과 임금 차별을 받고 있어요. 학교를 지키는 시간은 16시간, 24시간인데 근무시간은 6시간, 9시간밖에 인정을 못 받고 있죠. 가족수당, 근속수당,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수당은 아예 받지 못해요. 맞춤형복지비, 정기상여금은 일부만 받고 있죠. 다른 교육공무직원과 같은 처우를 받았으면 합니다.

둘째로 65세인 정년이 연장돼야 해요. 당직 업무의 난이도를 볼 때 특별한 건강과 체력을 요하지 않거든요. 계약직 중에는 80세인 분도 있어요(기자 주 : 대전은 65세까지는 당직전담직원이 무기계약직이나, 65세 이후로는 퇴직하거나 1년마다 재계약한다.). 65세 이후에는 다른 직종으로 취업도 어렵고요. 최소 70세 정도로 연장돼야 합니다.

대전 전체 당직전담직원이 700명 정도입니다. 기존에는 용역업체에 소속됐는데 3년 전쯤부터 (교육감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후) 교육공무직원으로 뽑기 시작했어요. 그마저도 미달이 많아요. 보수가 얼마 안 되고 정년이 65세이다 보니 응시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금방 나가는 사람도 있고요. 60세 퇴직하고 바로 (학교로 일하러) 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하거나 쉬다가 오거든요. 65세 정년이라면 2~3년 정도 일하고 퇴직하게 되는 거죠. 조금 더 어린 사람들은 취직하러 오지도 않을 거고요. 보수는 적고 정년은 65세로 한정돼있으니 장점이 없다고 보겠죠. 실제 발령받은 사람이 금방 그만둔 학교가 있었는데, 작년까지 근무하던 분이 급히 재계약해서 근무하는데 그분 연세가 80을 넘으셨을 거예요.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데, 교육청에서 반응은 없어요. 근무시간 인정 문제처럼 다른 급한 것도 있긴 한데, (정년 연장 문제도)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봅니다.

셋째, 학교에 따라 다르긴 한데, 당직 본연의 업무 외에 청소를 한다던가, 화단을 가꾸는 잡무를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부득이한 경우 도와줄 수는 있으나 당직 업무의 일부가 돼서 당직자가 해서는 안 돼요. 시키려면 그만한 대우를 하고 시켜야죠.

김용복 선생님이 일하는 당직실 입구. 벽에 붙은 외진 곳에 있고, 다른 실에 비해 면적이 좁다.
김용복 선생님이 일하는 당직실 입구. 벽에 붙은 외진 곳에 있고, 다른 실에 비해 면적이 좁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성격이 활동적이고 외근 좋아하는 사람들, 많은 보수를 받기 원하면 당직실 근무가 힘들 거예요. 그러나 보수는 적어도 독서를 한다던가, 자기계발을 하며 나름대로 시간을 유용하게 쓸 분들에게는 이 일이 적합하죠. 이 글을 보는 분들 대부분은 이 직종이 있는 것도 모르실 거예요. 평일 야간, 휴일, 명절에 아무도 없는 학교를 홀로 지키며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열악한 당직실에 갇혀있어야 하는 당직전담직원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ohmynews> 에도 연속기고 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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