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덴소 외투자본 먹튀에 단식 24일 째, "고용노동부 법적 근거 없단 말만 되풀이"

한국와이퍼 적자 날 수밖에 없는 구조, 배임 의혹
한국에서 번 돈 일본으로, 280명 한국노동자는 길 위로

  • 기사입력 2022.11.30 17:50
  • 최종수정 2022.12.01 22:09
  • 기자명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고의적자로 인한 배임, 불법대체인력 고용으로 인한 노동조합법 43조 위반, 단체협약위반으로 인한 노동조합법 81조 위반 등 덴소코리아와 한국와이퍼가 280여 명의 노동자 대량 해고를 예고하며 일어난 논란 중에 받는 혐의들이다.

지난 7월 덴소코리아는 와이퍼시스템을 디와이에 매각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디와이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와이퍼와 마찬가지로 완성된 차에 와이퍼를 납품하는 업체로 곧 연 매출 1조 원을 앞두고 있다. 또한,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하다. 덴소코리아가 7월 초 와이퍼시스템 일부를 디와이에 매각하겠다 선언해 잠시 주식시장이 주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소코리아는 자회사인 한국와이퍼는 매각 대신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와이퍼 노동자 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최윤미 분회장은 일방적인 청산통보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한국와이퍼 청산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선언하고 국회 앞에서 24일째(30일 기준) 단식 농성 중이다.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에서 최윤미 분회장이 단식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에서 최윤미 분회장이 단식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해 9월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는 한국와이퍼와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고용안전협약을 맺었다. 당시 최 분회장과 조합원들과 환호했지만, 사측은 1년도 안 된 지난 7월, 협상 내용을 뒤집어버렸다. 고용협약서에는 ‘회사의 청산, 매각, 공장 이전, 구조조정의 경우 노조와 합의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었지만, 한국와이퍼는 적자가 많아 어쩔 수 없단 말로 일관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협약서를 무시했다. 

이 협약서에는 당시 덴소코리아와 덴소와이퍼시스템 대표이사가 연대책임자로 합의이행을 보증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있어 덴소코리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최 분회장의 주장이다.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적자 날 수밖에 없는 구조, 배임 의혹
덴소코리아는 한국와이퍼를 매각하지 않고 청산하는 이유로 “적자가 너무 많이 나서”라고 전했다. 실제로 10년 동안 한국와이퍼는 440억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지난 9월 MBC가 한국와이퍼의 재무 구조를 분석한 결과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단 것이 드러났다. 

한국와이퍼는 생산물의 85%를 모회사인 덴소코리아에 납품한다. 그런데 한국와이퍼의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원가율이 작년에는 129%, 재작년에는 111%였다. 이 말은 100원에 파는 제품에 드는 원가가 129원, 111원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와이퍼가 매달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만약 한국와이퍼가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고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것이라면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한국에서 번 돈은 일본으로, 280명의 한국노동자는 길 위로
그렇다고 덴소코리아의 흑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덴소코리아 역시 지난 10년 동안 누적 360억의 적자를 냈고 그 금액의 대부분은 ‘기술사용료’라는 이름으로 일본덴소로 보내진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와이퍼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덴소코리아에 납품하면 덴소코리아는 그 이윤을 적자까지 내면서 기술사용료로 덴소로 보낸 것이다. 그 금액은 10년 동안 2,400억 원으로 덴소에 막대한 이윤이 됐다. 결국,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일본으로 가고 280여 명의 한국노동자는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됐다.

덴소코리아는 매각, 한국와이퍼는 청산 
한국와이퍼는 일본덴소 자본이 100% 지분을 가진, 일본덴소와이퍼의 자회사다. 와이퍼는 대략 세 가지의 부품으로 완성된다. 모터, 링케이지, 암 블레이드가 이뤄져 하나의 와이퍼 완제품이 된다. 앞서 말한 대로 한국와이퍼는 암 블레이드를 생산해 덴소코리아에 85%를 납품한다. 이후 덴소코리아에서 완성된 와이퍼는 현대차에 납품된다. 덴소코리아는 이 시스템을 모두 디와이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와이퍼가 생산하는 암블레이드의 영업권까지 매각하면서 한국와이퍼만 청산한다는 점을 두고 위장청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계획적인 청산, 불법대체인력 대비까지
최 분회장은 덴소코리아가 매각한다고 발표한 같은 날 한국와이퍼만 청산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노조청산을 위한 위장청산이라고 주장했다. 최 분회장은 전체는 매각이니 다른 직원들은 고용 승계가 이루어지겠지만 금속노조 소속인 한국와이퍼만 청산하려는 것은 노조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추측했다. MBC가 입수한 내부문건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이 담겨있었다. 2020년 일본어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분기마다 판매량과 직원 수를 줄이고, 2024년 12월 청산한다는 계획이 등장한다. 노동조합 현황과 파업에 대비한 재고 비축 방안까지 고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노조의 힘을 무력화하고 폐업하려는 시나리오를 대비해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사 청산하면 인센티브
또한, 한국와이퍼를 청산하고 직원들을 조기퇴직 시키는 조건으로 한국와이퍼 상무와 부장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사장은 4억이 넘는 인센티브를 받기로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레인보우 인센티브 검토’라는 문건에 나온 내용은 계획대로 청산에 성공하면, 42개월치 공여에 특별위로금과 성공보수까지 더해 사장에게 4억 2천 8백만 원을 준다고 명시돼있다. 단 그 조건으로 직원들을 조기 퇴직시키고, 위로금을 18개월 치 월급 이내로 줘야 지급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돼있었다.

열쇠를 쥐고 있는 디와이
한국와이퍼 분회는 디와이 본사 앞에서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디와이가 한국와이퍼를 인수해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면 노동자들도 농성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디와이는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디와이의 전신인 동양유압의 공장 근로자들이 1987년 농성을 끝으로 해산한 이후 현재까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와이퍼 분회는 “우리 노조는 충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해 건전한 노사관계로 기업을 키워나갈 의향이 있다”며 디와이가 고용승계를 이어받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
이 같은 덴소의 막무가내 청산이 아무 제재 없이 이뤄지는 이유는 덴소가 한국와이퍼분회의 사측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한국와이퍼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개시했다. 하지만 최 분회장은 이를 반쪽짜리 특별근로감독이라고 지적했다. 최 분회장은 “고용노동부 또한 상황은 이해가 되나 자신들은 법적인 근거가 별로 없다”고 인정한다면서 명백한 법에 구멍이 있는데 조치할 의지가 없다고 규탄했다.

최 분회장은 “지금 민주노총에서 얘기하고 있는 노조법 2조 개정 문제가 이 외국기업의 투자자본한테 딱 걸려 있는 문제”라고 말하며 “만약에 개정이 된다라고 하면은 외국 자본까지도 같이 처벌받기 때문에 이런 구멍이 메워질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투쟁으로 노조법 2, 3조 개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덴소뿐만 아니라, 대우조선, 하이트진로 등 실제 영향력을 끼치는 원청이 사측으로 인정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 쟁의행위가 제한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한참 고민한 최 분회장은 “우리가 이 투쟁을 시작하면서 고소, 고발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는 법 한계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어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과정들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뒷받침해 그나마 가능했던 것이고 이제 현실적 벽을 넘으려 한다”며 “이 문제를 국회에 알리고 사회적으로, 알리는 것 자체가 뛰어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조합원 동지들이 이 문제에 관해 관심 갖고 힘을 모아 투쟁해 함께 넘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국회 앞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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